빗 소리에 보고 싶다는 말 전합니다
- 빗소리에 보고 싶다는 말 전합니다 -
느림보 거북이/글
비는 고요한 가슴에
그리움의 불꽃을 붙입니다
햇살이 드는 날 보다
어쩐지 그 사람 습하게 적셔오고
당신과 엇박자 난
운명같은 인연에
아쉬움이 넘실 거립니다
다정했던 말투
그윽했던 눈빛
부드러운 행동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어
비 오는 날은 유난히
그리움이 짙게 밀려들고
이미 타인이지만
나를 잊었을지도 모르지만
가슴에 남겨진
빗줄기 같은 기억은
창에 부딪쳐 흐르는
빗방울만큼 투명합니다.
그 많은 타인 중에
타인이 아니길 바랬고
모든 정을
붙이려 했어도
불가항력이던 사람
한때는 소낙비 같이
뜨겁게 사랑하고
한때는 장대비 같이
거칠게 사랑하고
어느 날은 안개비처럼
어느 날은 여우비처럼
숨죽여 사랑하고
견디다 못한 날에는
가랑비에 젖 듯
그 사람에게 젖으며
사랑을 나눴습니다.
그 많던 사랑도
예기치 못할 태풍에 잠들고
이제는 실비 같은
추억을 매만지며...
단비 같은 보고픔을 꺼내
약비 같은 그리움을
안고 살아야 합니다.
언제 어느 날 당신과 난
다시 만날 수 없는 사람이지만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운 사람
못다 한 인연 가을비처럼
떠나보냄이 아쉬워
겨울비 같이 차갑게 식은
사랑을 꺼내 들고
심장에서 물레질을 해봅니다
봄비 내리는 날
그리움을 그리움이라
전하지 못하고
보고픔을 보고픔이라고
당신께 전할 수 없어도
당신 한 사람 사랑했었고
당신 한 사람에게
사랑받았던 그날들을
잊지 못함에 그렁그렁
눈물이 고여 옵니다
고여 있는 연못에
한 홀 빗 방울이 떨어져
파문을 일으킨 듯
어느 날 내 사람이었다가
외로운 연잎 위에
빗방울 내려
제 멋대로 굴러 떨어진 듯
당신의 마음에 앉지 못 한
타인으로 돌아 섰지만
빗물이 흘러 강줄기를 이를 듯
당신과의 인연도
비가 오는 날에는
내 삶의 강물이 되어
내 마음 영원한
그리움으로 남아
보고픔으로 남아 흐릅니다.
- 거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