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 사랑글

허락되지 않는 사랑

청정지역 2022. 2. 21. 19:31

 

- 허락되지 않는 사랑 -

 

느림보 거북이/글

 

 

 


숨이 막혔습니다.
얼어붙은 사랑이 녹아
지워야 할

인연이 나를 묶어
눈시울이 뜨겁게 타 올라
정말 혼이 났습니다.

 

 

 

남기고 싶지 않고
서로에게 누가 될 옛사랑이
며칠 동안

내 머리를 옭아 매어
몸서리치게 아펐습니다.

 

 

 

기억하지 않으려고
떠올리지 않으려고......

 

 

 

당신 머물던 하늘도 외면하고
당신 머물던 가슴도 비웠는데
모질게도 아리게 하십니다.

 

 

 

눈이 멀고
귀도 닫고
입을 열지 않으려 했는데
떼어낸 당신은 어쩌면
이리도 아프게 찾아옵니까

 

 

 

함께 지냈던
그동안의 인생과 삶들이
어느 한 날 거추장스러워
못 견디고 서로의
가슴을 이탈하자 했습니다

 

 

 

충분한 아픔으로
갈기갈기 영혼 앞에
초라하고 가녀리게 되돌아온
당신의 발걸음은 뭡니까.

 

 

 

잡지 말아야 할 손
내 앞에 머물지 말아야 할 몸
어쩌자고 내밀고
어쩌자고 멈춰 섭니까

 

 

 

당신과 반대로 돌린 어깨
그 돌린 등을 어쩌란 말입니까

 

 

 

아물지 않은 상처에
덧날 고통을 눈앞에 두고
당신을 잡으라
당신을 안으라 하지 마세요

 

 

 

독하게 매몰차게 흘렸던
메마른 눈물의 흔적
다시 적시고 싶지 않습니다

 

 

 

가까이 오지 마세요
누구냐고 묻지도 마세요
난 당신의 이름 모릅니다

 

 

 

그저 당신은
남을 호칭할 때 부르던 자기
뭍사람에게

붙여 부르던 당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이미 남남이 된 당신입니다.

 

 

 

죽도록 사랑하고자 할 때
당신 없어 못살고자 할 때
그때 부르던 당신이 아닙니다

 

 

 

그 시절의 당신은
이제 뜬구름이고 세월입니다
시리고 아려
기막힌 눈물과 바꾼 세월입니다

 

 

 

맞출 수 없는 퍼즐처럼
옛 인연에 고정되어
지워야 할 옛사랑일

 

 

 

조각조각
다시 맞추기에는
당신 없어 꿰매버린 가슴의
한 맺힘이 견고할 뿐입니다

 

 

 

이제는 우리의 지난 상처
헤집지 말아 주세요

당신의 기억 속에 꼭두각시
당신의 추억 속에 그 사랑
물같이 흐른 듯하십시오

 

 

 

당신의 사랑 죽였습니다
내 사랑도 벌써 죽었습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언제 어느 날 나를 사랑했었나요
사랑이나 했었던 가요

 

 

 

참 아픕니다
가신 걸음 멈추고 되돌아온 당신

 

 


외면해야 할 슬픈 가슴에
당신을 눈앞에 두고 바라보니....
끝없이
한 없이
멈춤 없는 피눈물이 흐릅니다.

 

 


이제
이제
제발 제발 혼자이고 싶습니다.
내 몸에 맞지 않는
사랑의 옷을 입지 않으렵니다

 

 


누더기가 된 마음
사랑이 없어도
발가벗겨진 이대로 살렵니다
사랑 없는 벌거숭이
당신 없는 이대로 살렵니다

 

 

- 거북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