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 좋은글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

청정지역 2017. 11. 9. 20:21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  

     이 세상에서 가장 넉넉한 집은      당신 마음속에 들어앉은 생각의 집이다.      대문도 울타리도 문패도 없는      한 점 허공 같은      강물 같은 그런 집이다.      불안도 조바심도 짜증도 억새 밭      가을 햇살처럼 저들끼리 사이좋게 뒹굴 줄 안다.      아무리 달세 단칸방에서 거실 달린 독채 집으로      이사를 가도 마음은 늘 하얀 서리 베고      누운 겨울들판처럼 허전하다.      마침내 34평 아파트 열쇠 꾸러미를 움켜쥐어도      마음은 아파트 뒤켠      두어 평 남새밭만큼도 넉넉지 못하다.      이 세상에서 가장 분양 받기 힘든 집은      마음 편안한 무욕의 집이다      그런 집에서      당신과 함께 살고 싶다.      때묻고 구김살 많은 잡념들은      손빨래로 헹구어내고 누군가가      수시로 찌르고 간 아픈 상처들도      너와 나의 업으로 보듬고 살자 어쩌랴      나의 안에 하루 하루 평수를 늘려 가는 고독의 무게      지워도 지워도 우리 삶의 인터넷 속에 무시로 뜨는      저 허망의 푸른 그늘을                     이젠 고독밖에 더 남지 않은 쓸쓸한            비밀구좌 모두모두 열고            좋은 생각으로 버무린 희디흰 채 나물에            고집스런 된장찌개가 끓는 밥상 앞에            당신과 마주앉아            따스한 얘기를 젓가락질하고 싶다.              / 좋은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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