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와 서울대 인권센터가 일본군의 조선인 위안부 학살 현장을 담은 영상을 최초로 공개했다.
위안부 학살 현장을 찍은 영상이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영상은 27일 시와 서울대 인권센터가 3ㆍ1절 99주년을 맞아 개최한 한ㆍ중ㆍ일 ‘일본군 위안부 국제컨퍼런스’서 공개됐다. 일본의 아시아ㆍ태평양 전쟁 패전 직전인 1944년 9월 15일 중국 윈난성 텅충(騰沖)에서 미ㆍ중 연합군 볼드윈 병사가 촬영한 것이다.
19초 분량의 흑백 영상은 조선인 위안부들이 일본군에 의해 살해당한 후 한 데 버려진 참혹한 모습을 담고 있다. 시신을 묻으러 온 것으로 보이는 중국군 병사가 시신의 양말을 벗기는 장면도 포착됐다.
연합군은 1944년 6월부터 중국과 미얀마 접경 지대인 윈난성 쑹산(松山)과 텅충의 일본군 점령지에 대한 공격을 시작했다. 같은 해 9월 7일 쑹산을, 일주일 뒤인 14일엔 텅충을 함락했다. 당시 일본 작전 참모였던 쓰지 마사노부(辻政信)는 쑹산과 텅충 주둔 일본군에게 “지원 병력이 도착하는 10월까지 계속 저항하라”는 사실상의 ‘옥쇄(강제적 집단 자결)’ 명령을 내린다. 당시 이곳엔 일본군에 끌려온 조선인 위안부 70∼80명이 있었는데, 이를 거부한 조선인 위안부들은 일부 민간인과 함께 학살당했다고 서울대 인권센터 정진성 교수 연구팀은 설명했다. 함락 시 연합군에 포로로 잡힌 23명의 위안부만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일본군의 이 같은 위안부 학살은 연합군도 인지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앞서 연합군이 텅충이 함락되기 직전 “13일 밤 일본군이 조선인 여성 30명을 총살했다”라고 기록된 문서를 발굴해 공개했다.
연합군 볼드윈 병사가 1944년 9월 15일 찍은 위안부 학살 현장 영상의 한 장면. 서울시ㆍ서울대 인권센터 제공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서울대 연구팀이 2016년 발굴한 위안부 학살 현장 사진과 같은 곳에서 촬영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과 영상 속 시신의 옷차림이 같고 사진 속 중국인 병사가 영상에도 그대로 등장한다.
연구팀은 전쟁 당시 미군의 사진ㆍ영상 촬영 담당 병사가 2인 1조로 움직였다는 점에 주목해 영상을 추적했다. 사진이 있으니 반드시 같은 장소에서 찍은 영상도 있을 것이라고 보고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 보관된 자료를 샅샅이 뒤졌다.
연구팀은 마침내 위안부 학살 사진을 발굴한 뒤 1년 만인 지난해 영상도 찾아냈지만 바로 공개하지 못했다. 학살이라는 주제가 워낙 민감해 분석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한 연구를 하는 데 시간이 걸렸다.
연구팀 소속의 강성현 성공회대 교수는 “일본 정부가 일본군의 위안부 학살을 부정하는 상황에서 전쟁 말기 조선인 위안부가 처했던 상황과 실태를 보여주는 자료”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