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 고전사

새사람은 꽃 같지만 옛사람은 옥과 같다

청정지역 2020. 2. 29. 20:50


새사람은 꽃 같지만 옛사람은 옥과 같아



 

怨 情 (원정)

新 人 如 花 雖 可 寵(신 인 여 화 수 가 총)
故 人 似 玉 由 來 重(고 인 사 옥 유 래 중)
花 性 飄 揚 不 自 持(화 성 표 양 부 자 지)
玉 心 皎 潔 終 不 移(옥 심 교 결 종 불 이)
故 人 昔 新 今 尙 故(고 인 석 신 금 상 고)
還 見 新 人 有 故 時(환 견 신 인 유 고 시)
請 看 陳 後 黃 金 玉(청 간 진 후 황 금 옥)
寂 寂 珠 簾 生 網 絲(적 적 주 렴 생 망 사)

새사람은 꽃처럼 어여쁘다지만
옛사람은 옥과 같이 귀중하지요
꽃은 바람에 살랑대나 자신을 지키지 못하나
옥은 고결하여 항상 변치 않답니다..
옛사람도 전에는 새사람이었던 것을
새사람도 세월가면 또 옛사람 되는 것이
진황후의 그 유명한 황금집을 못보셨나요
이제는 적막하게 거미줄만 끼었지요..
 
/ 이 백 
    

후한광무제가 천하를 통일 한 뒤 그 밑으로 재주가 많은 인물들이 줄줄이 몰려들었는데 이 광무제에게는 '호양공주'라는 누님이 있었다..

그녀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혼자 살고 있었는데 이것을 늘 안스러이 여긴 광무제는 누이가 당시 대사공으로 있는 '송홍'에게 관심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나 송홍에겐 이미 아내가 있었다..

고민하던 광무제는 한번은 송홍을 불러 식사를 대접하면서 옆방에는 누이를 대기 시켜 놓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르 나누던 광무제는 송홍을 슬쩍 떠 보았다..

"옛말에 부자가 되면 사귀던 친구들을 바꾸어야 하고 귀한 위치에 올라 가면 아내를 바꾸어야 한다고 했네 그대는 어찌 생각하는가"

이 말을 들은 송홍은 단호한 어조로 답하였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가난할 때 사귄 친구는 잊지 않아야 하는 것이며 지게미와 쌀겨를 먹으며 같이 고생한 아내를 버리는 것은 도리에 어긋나는 일입니다"

송홍이 물러간 뒤 광무제는 옆방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누이에게 "누님 송홍의 말을 들으니 아무래도 누님이 마음을 접으셔야 겠습니다.."

지게미와 쌀겨를 나누어 먹으며 고생한 조강지처[糟糠之妻]를 버릴 수 없다는 말에 할 수 없이 호양공주는 포기하고 말았다...




詩가 가장 성한 당나라때는 여인들의 심경을 대변해 읊은 시들도 많았는데 그것들의 제목은 '규원' '원정' '원사' 등등으로 불리운다..

그리고 여인들의 쓸쓸함이나 애상을 다룬 것들 역시 몇개의 테마로 나뉘는데 궁녀들의 애환을 읊은 것들, 또 전장에 나간 병사들의 부인들의 그리움과 안타까움을 다룬 것들 그리고 또하나가 바로 바람나서 새로운 여자를 총애하는 본처들의 애상을 그린 것들 등이 있는데

위에 조강지처의 고사도 소개했거니와 오늘 이야기는 바로 그 뭔지모르게 지겹고 한서리게 들리는 '조강지처'의 이야기 이다..

물론 헌것과 새것을 비교하면 새것이 더 눈에 띄게 마련이다 우선 때깔부터 다르지 않는가? 반짝하고 초롱한 것이 어찌 구닥다리 물건에 비교하겠는가? 말이 좋아 고색창연이지.. 퇴락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요즘 말로 '뉴 페이스'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느낌을 갖는 것은 분명 인지상정이다.. 오죽하면 이쁜 여자 신입사원이 오면 기존 남자 사원들의 넥타이가 바뀐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허나 허나 말이다.. 혹시 그 헌것과 새것의 차이가 상대가 아닌 내게 있는 것은 아닐까?



이백의 시에 나오는 진황후의 황금집은 여러가지 전설을 낳은 이야기이다. 한무제 전성시 그 부인에게 온갖 정을 쏟아 황금집을 지어 주었는데.. 소위 경국지색의 전설을 낳은 이연년의 누이 이부인을 보고 홀딱 빠져 단 한번도 그후 그 황금집에 발걸음을 아니했다 하는데.. 그 이쁜 이부인도 시름 병을 앓아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만다...

이 이부인과 진황후의 갈등을 소위 '한무지련'이라고도 묘사하는데 이백은 그것을 통 틀어 저렇게 표현한 것이다 '그 찬란했던 황금집의 사연을 머금은 한무지련의 이야기도 이제는 거미줄만 무성하지 않느냐고 새것과 헌것은 차이는 아주 짧은 시기의 차이에 불과하다고...

새것과 헌것은 차이는 관념의 차이일 뿐이다.. 내 마음이 낡았기에 그니를 낡게 보니 낡아 보이는 것이요 무엇보다 '나의 눈'이 날로 새롭지 않다 보니 내 탓은 아니하고 자꾸 외부것을 탓하여 새것으로 갈고만 싶어지는 것이다 ..

결국 새로운 것을 찾는 것은 지겨운 자기 자신에게 싫증이 난 것을 우리는 자신을 바꿀 생각을 아니하고 자꾸 외부것으로 대체하려 한다..

허나 그 대체제는 또 금방 낡은 것이 되어 버린다.. 왜냐하면 내 눈이 낡아 날로 새롭지 아니하기 때문인 것이다..

새롭게 바꾸고 또 새롭게 바꾸고 그 속도도 점 점 더 빨라지고.. 끝내 그 속에 망가지는 것은 자신 일 뿐이다..

사실파인 두보는 이 바람 피는 남편에 대한 조강지처 이야기를 보다 더 직접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佳 人(아름다운 여인)
 
아름다운 여인이 깊은 산 속에 홀로 삽니다..
예전엔 양가집 규수였지만 지금은 쇄락하였다고 합니다
궐내에 난이 일어났을때 형제가 모두 죽었는데
벼슬이 높았었건만 시신조차 거두지 못했습니다
세상 인심은 야박하여 천해지자 거들떠 보지도 않고
남편은 경박한 사람이어서 금새 새여자를 들였지요
합환화는 홀로피지 않고 원앙이는 혼자 잠들지 않는다는데
새여자의 웃음만 볼뿐 옛사람의 울음소린 듣지 않지요
산위의 맑은 물도 아래로 내려가면 흐려지는 법이어서
이젠 패물 팔아야 생계를 꾸리고 지붕도 다시 얹지요..
머리에 꽃꽂는 것도 잊고 생계를 위해 잣을 땁니다..
날이 차졌는지 소매는 시려오고 날저물면 
대의자에 몸을 기댑니다..
 
/  두 보


더 이상의 아무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너무나 가슴이 싸하게 사실적인 詩이다..

이혼율이 세계 1위라고 한다.. 맘에 안맞으면 헤어지는 것도 옳다 정 안맞는 것을 수십년 살터인데 억지로 꾸려 가는 것은 그리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허나 내가 정체해있어 낡아지는 것을 자꾸 외부의 새로운 것으로 대체하려는 것이라면 그것이야말로 가장 자신을 빨리 시들게 하는 첩경은 아닐까?

절세유가인이라 할지라도 금방 헌것이 될지니 그렇게 헌것으로 만드는 것은 어쩌면 낡아 정진치 못하는 내모습 때문은 아닐까?

끝으로 위의 두 시가 제삼자의 관점에서 본 안방마님의 슬픔이라면 이번에는 당사자의 관점에서의 시도 한번 들어 봄 직 하다..

조선여류시의 초절정고수 '허난설헌'의 규원가를 소개하면서 조강지처의 잡설을 마무리 할까 한다..


/ naver에서





閨怨 (규원) 月樓秋盡玉屛空 (월루추진옥병공) 霜打蘆洲下暮鴻 (상타로주하모홍) 瑤瑟一彈人不見 (옥슬인탄인불견) 藕花零落野塘中 (우화영락야당중) 누각에 가을 깊어 울 안은 빈곳이 더 크게만 보이는데 서리 내린 저 갈밭엔 기러기가 사뿐이 내려 앉는다.. 거문고를 한곡조 타봐도 사람은 보이지 않고.. 연꽃만 연못 위로 표표히 진다.. / 허 난설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