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 좋은글

꼭 한 가지 / 두 가지 선택지

청정지역 2022. 3. 2. 19:09

꼭 한 가지

꼭 한 가지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 일명 갓바위

대구 팔공산에는 갓바위가 있다.
얼마나 영험한지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모여들어 치성을 드리곤 한다.
그런데 이 갓바위는 꼭 한 가지 소원만 들어준단다.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가만 생각해 보면 일리가 있다.
절박한 소원이라면 두 가지일 수 없기 때문이다.
가령 남편의 승진을 빌어야 할지,
아들의 건강을 빌어야 할지 잘 모를 정도라면
어느 한쪽에 큰 문제가 없는 셈이다.

 
갓바위에 빌어 소원을 이룬 사람이 많은 까닭은,
갓바위의 영험함에 앞서 마음가짐에서 찾는 게 맞겠다.
매주 한 번씩 서울에서 대구를 오가며 아이 갖기를 빌었다면,
실생활에서도 이에 도움이 되는 일을 가리지 않고 했을 테다.
또 갓바위까지 올라가기 쉽지 않다는 점 역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는데 일조했으리라.

 
'하나'의 간절함은 그렇게 힘을 발한다.
나도 꼭 해보고 싶은 일과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그러나 살아 보니 그 '하나'마저도 이루기 어려웠다.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라 치부한 일이
영 해내지 못할 엄청난 일이 되기도 했다.

 
그래서 그 일을 성취하려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한편,
마음을 고쳐 먹기도 한다.
성패와 관계없이, 이루고 싶어 한 그 마음만큼은
얼마나 진실하고 소중했는지 헤아리는 것이다.

 
갓바위가 정말 영험하면 좋겠다.
좋기로야 내가 그 한 가지에 몰두하여
이루어 내면 그만이겠고,
여의치 않아 그러지 못하더라도
내가 못한 그 일을 누군가가 이루고,
만나지 못한 그 사람이 더욱 잘되도록
길을 열어 줄 수 있도록 말이다.



이강엽 / 대구 교육 대학교 교수


 
두 가지 선택지


 

기업인 그렉 맥커운에게는 네 자녀가 있다.
그중 딸 이브는 잘 웃고 재잘재잘 이야기도 잘했다.
곤충에 관한 책을 좋아하며 꼬박꼬박 일기도 썼다.
이브와 대화할 때면 그렉은 웃음을 터뜨리곤했다.

 
열네 살이 된 이브는 매사 피곤해했고 말수도 부쩍 줄었다.
그렉은 이브에게 사춘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건강 검진을 받으러 간 이브가 기본 반사 테스트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 뒤 계속 증상이 심해지더니 질문에 한 단어로만 대답하게 되었다.
목소리도 점차 흐려졌고, 밥을 한 번 먹는데도 몇 시간이 걸렸다.

 
그렉은 이브를 데리고 유명한 신경과 의사들을
찾아다녔으나 누구도 이브의 병명을 알지 못했다.
여러 검사에도 원인을 알 수 없어 가족 모두가 지쳐 갔다.

 
그렉은 자신에게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는 걸 알았다.
첫 번째는 상황을 심각하게 여기고,
24시간 이브를 걱정하며 의학 잡지를 뒤지는 것.
두 번째는 상황을 조금이나마 가볍게 생각하는 것이었다.
그렉 부부는 후자를 택했다.
얼마나 길어질지 모를 상황에 지치지 않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자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야 할 일이 명료 해졌다.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며 걱정에 사로잡히지 않기,
‘왜 하필 우리야‘? 하고 질문하지 않기,
의사가 답을 모르는 상황을 불평하지 않기,
피아노 주변에 모여 노래 부르기, 산책하고 책 읽기,
같이 저녁 먹기, 이야기 나누기, 함께 웃기."

 
이후로도 그렉 부부는 의사들을 만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며 눈물 흘렸다.
동시에 노래하고 즐거워했다.
2년이 흐른 지금,
그렉은 이브가 나아지고 있다고 믿는다.
이브가 웃고, 농담하고, 걷고, 달리기 때문이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