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참봉이 비단 마고자를 입고 뒷짐진 손에 장죽을 들고 집을 나서면 마주치는 사람마다 황참봉에게 절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 “참봉할아버지 만수무강하십시오.” 하고 인사를 했고, 물동이를 인 아낙들도 물동이를 땅에 내려놓고 “어르신 안녕하십니까?” 허리를 굽혔다. 불룩 나온 배를 뒤뚱거리며 저잣거리를 걸어가도 황참봉은 인사받기에 바쁘다. 황참봉은 이 고을 사람 모두가 자신을 우러러 보는 게 흡족해서 때때로 이 골목 저 거리를 돌아다닌다. 둑길을 걸어 집으로 가던 황참봉은 그만 발이 미끄러져 황토물이 거칠게 흐르는 개천에 빠지고 말았다. 그를 삼켰다 뱉어내기를 반복했다. 결국 그는 정신을 잃었다. 황참봉은 정신을 차렸다. 그를 떠내려가는 개울에서 건져내 인공호흡을 시켜 목숨을 살린 사람은 임가였다. “자네가 나를 살렸군!” 하며 몇번 긴 숨을 몰아 쉬었다. 문전옥답 열 마지기를 자네에게 주겠네.” 죽을상을 짓더니 한다는 말이, “참봉어른, 사양하겠습니다.” 그러자 임가가 답하기를, 알려지면 저는 고을 사람들에게 맞아 죽습니다.” 사실 온 고을 사람들이 황참봉에게 허리 굽혀 인사하는 것은 그를 존경해서가 아니라 그를 겁냈기 때문이다. 모두 다 빼앗았고 인사를 제대로 하지 않는 사람은 소작을 박탈했다. 소작을 빼앗기지 않게 하기 위함인가?” 황참봉은 장리쌀을 놓아 뺏은 논밭을 모두 다시 돌려줬다. 그러자 온 고을 사람들이 그에게 절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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