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 고전사

파리도 은혜를 갚는다

청정지역 2015. 8. 24. 09:03

 

 

    파리도 은혜를 갚는다 술을 빚는 기술자가 있었다. 그는 술항아리에 빠진 파리를 볼 때마다 조심스레 건져낸 뒤 재위에다 올려놓아 물기가 재에 스며들도록 하였다. 이렇게 하여 파리의 목숨을 구해준 일이 수없이 많았다. 그러던 어느날 밤 잠결에 주변이 어수선하여 마당에 나와있는데 인근의 여관에서 도둑이 발생하여 마을 사람들이 도둑을 쫓아 그의 집까지 몰려 내려왔다. "자네. 방금 도둑놈을 못 보았나?" "도둑이라니요?" "한양에서 온 김판서댁 아들이 여관에 묵고 있는데 어떤 놈이 패물이 든 그의 짐을 훔쳐 달아났다네. 마침 하인이 담을 넘어가는 그를 발견하여 지금까지 계속 쫓아오는 길인데 방금 사라졌다네." "이상하네. 분명히 이 집으로 들어왔는데...." 그때서야 사람들은 한밤중에 마당에 나와 있는 그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슬금슬금 집안 여기저기를 살펴보기 시작했고 한 사람이 헛간 옆에 있는 삼태기 속에서 비단보따리를 발견했다. "이럴 수가 ...." 그는 꼼짝없이 도둑으로 몰렸다. 관가에 끌려간 그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도둑맞은 물건이 그의 집에서 나온 이상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특히 한양 김판서댁의 일이라 재판은 신속히 확정되었다. 고을 원님이 붓을 들어 판결문에 최종 서명을 하려는 순간 문득 파리 때들이 붓끝에 몰려들어 방해하였다. 손으로 휘저어 내쫓으면 다시 몰려들기를 계속 반복하여 판결문을 작성할 수가 없게 되자. 원님은 기이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사건에 억울한 사연이 있지 않을까' 원님은 총명한 군졸 2명을 보내어 그의 집 주변에 샅샅이 살펴보게 하였다. 그날 저녁 군졸들은 헛간 근처에서 주웠다면서 작은 장도를 하나 가져왔다. 원님은 그것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장도는 양반들이 노리개처럼 차고 다는는 것이었고 거기에 새겨진 이름으로 뉘집 자세의 것인지도 밝혀졌다. 장도의 주인을 불러 증거를 들이대며 문초하니 그는 곧 자백했다. 주색잡기에 빠진 대가집 아들이 아버지로부터 내놓은 자식으로 취급당하며 돈줄이 끊기자 유흥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런 짓을 저질럿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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