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 고전사

걸승(乞僧)의 해몽과 금관(金棺)의 이야기...이성계 명당금관설

청정지역 2016. 12. 5. 15:11


이성계(1335~1408)의 명당금관설(明堂金棺設)을 소개한다.

이성계의 할아버지 이춘(李春)은 어느날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한참을 졸고 있는데,

귓전에 청천벽력 같은 뇌성이 들려오고 많은 군졸들과

말발굽소리가 밀려오는 것이었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삿갓을 푹 내려쓴

걸승(乞僧)이 그의 앞에서 목탁을 치며 시주를 부탁했다.

이춘은 걸승에게 시주를 넉넉히 주고 자신이 방금 꿈속에서 보았던 일을 소상하게 말했다.

그러자, 걸승은, "인간에게는 인연이란 것이 있는 것,

내가 친 목탁소리가 우레소리로

들렸다는 것은 당신과 내가 인연이 있어 그러하오.

말발굽소리가 들리는 것은 이 집안에

큰 장수가 나올 징조이외이다." 는 해몽을 해 주었다.

 

대사께서 명당자리 하나만 점지해 주시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겠오이다."라고 간청을 하니

걸승은 이춘의 청을 받아들여 진명당(眞明堂)자리를 가르쳐 주었다.

그러나 그 명당은 자칫하다가는 그림 속의 떡이나 매한가지였다.

왜냐하면. 그 명당자리는 장사를 지낼 때 반드시

시신을 황금으로 된 관(棺)을 사용해서

모셔야 한다는 걸승의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걸승의 말대로 황금관을 이용해서 장사를 지낼 경우 향후 3대째 가서는

창업주(創業主), 즉 일국(一國)을 건설할 임금이 나올 수 있다는 기상천외한 말을 들은

이춘은 걱정은 제쳐둔채 마음이 금새 들떠 흥분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집안 형편으로는 황금관 하나를 만들만한 재력이 없었고

그러나, 그냥 단념하기에는 너무도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었다.

백방으로 생각해 보았지만 아무런 방법을 찾지 못한 채 한해를 보내고 말았다.

 

봄이 지나 초여름이 될 무렵에 지난 봄에 왔던 걸승이 다시 나타나자.

이춘은 걸승의 두 다리를 붙잡고 애원하다 시피했다.

"대사님, 사람하나 살려주는 셈치고 그 명당자리에 선조의 묘를 쓸 수 있는 비책을

가르쳐 주시옵소서." 라며 통사정을 했다.

 

"비책이 있기는 하나 어느 누구도 그 비책을 눈치채서는 아니 되며,

장사를 하되 꼭 밤에 치르도록 하오."라고 하면서

황금대신에 황금처럼 보이는 보릿대를 이용하라고 했다.

이춘은 걸승이 보릿대라고 하자.

처음에는 의아하게 생각했다가 이윽고 진짜로 낱알을

떨어낸 보릿대임을 알고는 얼굴 가득 웃음을 띄었다.

걸승은, "보릿대는 황금과 같이 그 빛깔이 누렇고 윤기마저 있어 밤에 보면 황금처럼

반짝거려 그것으로 관을 에워싸서 장사를 지내게 되면 아마 천지신명(天地神明)께서도

감응할 것이니, 다음 달 무술일(戊戌日) 축시(丑時)에 은밀히 장사를 지내도록 하시오"

라는 비답을 내렸다.

걸승의 이와 같은 비답에 이춘은 너무 고마웠으나, 한편으로는 의구심이 사라지지 않아

"왜? 하필이면 다음 달 무술일에 장사를 치러야만 되오?"하며 연유를 물었다.

그러자. 걸승은 이춘에게 이렇게 말했다.

"우리 인간에게도 가끔 쉬는 날이 있는 것처럼

하늘(天界)에도 신관(神官)들이 쉬는 날이 있소이다.

그 날이 바로 다음 날 무술일(戊戌日)로 소위 천지개공일(天地皆空日)이므로

하늘과 땅을 관장하는 신관들이 쉬는 날입니다.

그리하여 설령 인간들이 잘못을 범했다 하더라도 벌을 주지 않고,

벌준다 해도 감소 될 수 있는 무술(戊戌)과, 축시라는 일진은 음양오행상 흙(土)이라서

그 빛깔이 누런 황색으로 치성을 다했으므로 황금이나 진배없이 천기(天氣)나 지기(地氣),

모두가 감응할 것이외다." 라고 소상히 가르쳐 주고

그리고는 눈 깜짝할 사이에 모습을 감춘 걸승을 그 이후로는 보았다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이춘은 걸승이 시키는 대로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를 정성스레 받들어 아무도

모르게 장사를 지냈다.

그런데 과연 그 묘를 쓰고 난 이후부터 가세가 흥왕해지고,

이춘의 아들인 이자춘(李自春)을 걸쳐 이성계(李成桂) 때에 이르러 전성시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이성계는 고려의 명장으로써 위화도(威化島) 회군을 계기로 조선(朝鮮)을 개국(開國)

하기에 이르렀다.

참으로 신기한 것은그 걸승의 예언대로 장사를 지낸 때로부터 꼭

3대째에 해당하는 이성계가 이씨조선 태조 임금이 되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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