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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정원을 가다

청정지역 2017. 3. 3. 21:07

왕의 정원을 가다..

 

세계는 베르사유 정원을 두고 그 아름다움을 찬양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직 우리나라의 정원을 보지 않아서가 아닐까요?

 

<경복궁 후원의 가을> (사진 : 한국관광공사)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만 아름다운 것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궁궐의 정원도 동양의 미가 흠뻑 스며들어 그 아름다움이 빼어나지요.

그런데 왜 지금까지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것일까요?

왕과 왕비를 위한 정원이라 꼭꼭 숨겨두었던 걸까요?

지금부터 왕의 정원을 하나씩 살펴볼 텐데요.

먼저 궁궐 속의 왕의 정원을 뜻하는 우리 말부터 알아봐야겠지요?

왕의 정원은 후원이라고 칭합니다. 지금부터 후원 구석구석 숨은 동양의 백미를 소개합니다.

 

조선 정원의 백미, 창덕궁의 후원

조선시대의 궁궐정원문화를 대표하는 창덕궁 후원.

조선 정원의 백미라는 별칭으로도 불리는 창덕궁의 후원은

동양식 정원의 가장 기본적인 틀을 갖추고 있습니다.

다양한 식물과 아름다운 샘물 등 자연과 조화를 이룬 모습이

왕의 정원이라는 이름을 부끄럽게 하지 않는 우리나라 최고의 후원이지요.

태종이 이궁으로 조성한 창덕궁은 동북쪽 약 6만평에 이르는 자연구릉지에 구성되어 있어

그 후원의 자연이 더욱 아름답습니다. 음양오행사상에서 비롯되어 꾸며져 있으며, 북원,

또는 금원로도 불린 창덕궁의 후원은 가정당 일원의 언덕을 넘어 내려오면서 시작됩니다.


<창덕궁의 후원 부용지, 부용정의 가을> (사진 : 한국관광공사)

 

창덕궁의 후원 중 가장 이름이 알려진 부용지.

가로 28.4m, 세로 34.5m의 연못 가운데는 소나무가 심겨진 둥근 섬이 있는데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졌다는 천원지방의 음양오행사상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부용지를 중심으로 남쪽에는 부용정이 두 개의 기둥을 물속에 담그고 있습니다.

이는 땅에 뿌리를 박고 하늘을 쳐다보며 서있는 인간의 모습으로 해석되기도 하지요.

서쪽에는 사정기비각’, 동쪽에는 춘당대라고 명명한 단 위에 영화당이 세워져 있으며,

북쪽에는 5단의 화계 위에 주합루가 세워져 있습니다.

크기와 모양뿐만 아니라 높낮이의 차이도 뚜렷해서 보는 장소에 따라

시각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느낄 수 있습니다.

영화당을 지나 후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불로문이 있는데요.

이곳을 지나면 30m×26m의 크기의 애련지를 만납니다.

연꽃이 피는 연못이라는 뜻인 애련지는 부용지와 달리 가운데

섬이 없는 직사각형의 연못으로 사방을 장대석으로 쌓아 올렸는데요.

흘러내리는 도랑물을 물길을 따라 폭포수처럼 떨어지게 만든 입수구가 매우 독특합니다.

그 옆의 애련정은 숙종 18년에 애련지 물가에 지은 단칸짜리 정자입니다.

일반 건물에 비해 추녀가 길며 추녀 끝에는 잉어 모양의 토수가 있지요.

이는 물 기운으로 불 기운을 막는다는 음양오행설에 기초한 것입니다.

정자 사방으로는 평 난간을 둘렀는데요.

낙양 창 사이로 사계절이 변하는 자연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포인트입니다.

자연곡선형의 반월지도 그 아름다움이 빼어나지요.

주변에 부채모양의 정자인 관람정과 연못 반대편 높은 언덕에 승재정이 있고,

석교를 지나면 육각형의 정자인 존덕정이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은 수림으로 둘러싸여 있어 깊숙하고 아늑한 분위기가 감돕니다.



<창덕궁의 후원 영화당의 가을> (사진 : 한국관광공사)

 

북쪽의 언덕길을 넘어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면

 창경궁과도 이어지는 물줄기인 옥류천에 이릅니다.

후원 중 가장 깊은 골짜기인데요.

옥류천 주변 소요정 바로 위에는 어정이라는 샘물이 있습니다.

그 아래로 바위를 C자형으로 다듬어 샘물이 돌아 흐르도록 만들어 자연미가 아름답습니다.

옥류천 부근은 궁궐 내에서 가장 멀리 있으면서 주변이 깊숙하고 조용한 공간인데요.

자연의 계류에 약간의 인공만을 가하여 조성한 별서정원의 맛을 느끼게 해줍니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듯이 창덕궁은 비원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습니다.

비원은 일제 강점기에 궁궐의 정원인 후원(後苑)을 그 격을 낮추어 부른 이름인데요.

창덕궁의 후원을 거닐다 보면 일본인이 왜 비밀의 화원이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알 것도 같습니다.

웅장한 건물 뒤쪽으로 숨어 있는 아름다운 산세와 자연과 어우러진 동양 정원을 보고 있노라면

어떤 비밀스러움이 간직되어 있는 것 같지 않으세요?

 

경복궁의 후원, 향원지와 향원정

조선의 정궁인 경복궁은 전각만으로도 390여채, 대소출입문만 47개에 달하는

국내에서 가장 큰 궁궐입니다.

경복궁의 후원은 창덕궁의 후원보다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은데요.

그 이유는 경복궁의 후원은 궁궐의 울타리에 안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경복궁은 북한산 전체를 후원으로 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궁궐 배치 자체를 북한산을 후원으로 두고 구성했기 때문인데요.

오히려 창덕궁의 후원보다 자연 환경적 조경이 뛰어나고 훨씬 더 장대하고 웅장합니다.



<경복궁의 후원 향원정, 향원지의 가을> (사진 : 한국관광공사)

 

경복궁의 후원은 향원지 부근과 교태전 후원인 아미산원을 주로 꼽고 있습니다.

경복궁 내전 뒤 건청궁 남쪽에 인접하여 향원지원이 조성되어 있는데요.

향원지는 동서 약 76m, 남북 약 70m 크기의 직사각형의 연못입니다.

못의 넓이는 4,605평방미터이며, 연꽃과 수초가 자라고,

잉어 등 물고기가 살고 있지요. 연못가에는 느티나무, 회화나무, 단풍나무,

소나무, 굴참나무, 배나무, 산사나무, 서어나무, 버드나무,

느릅나무, 말채나무가 숲을 이루고 있습니다.

향원지의 근원은 지하수와 열상진원샘이며,

이 물은 경회루의 연못으로 흘러가도록 되어 있습니다.

향원지 중앙은 둥근 섬으로 꾸며져 있으며, 향원정이 세워져 있습니다.

향기가 멀리 퍼져나간다는 의미의 향원정에는 철쭉, 단풍 등 관목류가 심어져 있어

그 향기와 수려함이 빼어나지요. 향원정으로 가는 다리는 향기에 취한다는 뜻의

취향교라는 이름입니다. 취향교는 조선시대 연못에 놓인 목교로는 가장 긴 다리인데요.

지금은 남쪽에서 나무다리를 건너서 섬에 가게 되어 있지만 원래는 취향교가 북쪽에 있어

건천궁 쪽에서 건널 수 있었던 것을 남쪽으로 옮겨오게 된 것입니다.

이곳은 특히 달력이나 사진 전시회 등에 많이 등장하는 사진으로 예술적으로도

 아름다움이 뛰어난데요. 연못 속에 주변 산세가 드리워지고 신비로운 단청의 정자와

취향교가 비치면 한폭의 그림같이 아름답습니다. 사계절 내내 색색으로 변하는

주변 자연환경이 자연과 잘 어우러지는 동양의 멋을 느끼게 합니다.


<경복궁의 교태전 후원 아미산원의 봄> (사진 : 한국관광공사 

 

한편 왕비의 침전인 교태전 후원으로 축조된 아미산원은

왕비의 산책과 관상을 목적으로 만들어졌습니다.

1412년 태종은 경복궁의 연못을 크게 넓히고

섬 위에 군신간의 잔치나 사신을 접대할 수 있는 경회루를 만들었는데요.

연못을 만들면서 파낸 흙으로 아미산이라는 동산을 만들었지요.

평지상에 인공적으로 축조한 동서 약 55m, 남북 약 30m의 넓이에

높이 약 3m 4단의 화단을 조성하고 매화, 모란, 앵두, 배꽃,

반송, 철쭉 등으로 크기는 작지만 그 안에 소박한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습니다.

 

전통 정원의 멋, 창경궁의 후원

창경궁은 궁궐이라고 보기에는 조금은 소박한 맛이 느껴지는데요.

이곳에 옛 전통정원을 그대로 살린 후원이 있다는 사실 알고 계세요?

바로 왕과 왕비의 침전인 통명전 지원과 춘당지 주변입니다.

참고로 통명전 뒤에는 높은 언덕을 층단형으로 깎아 조성한 정원이 있는데요.

이 곳에 위치한 함양문을 지나면 창덕궁 후원으로 바로 연결이 됩니다.

창경궁의 후원은 현재 춘당지가 있는 북쪽인데요. 통명전 주위와 양화당 뒤

언덕 부분도 정원의 형태를 잘 갖추고 있어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지요.



<창경궁 통명전 후원의 아름다운 단풍> (사진 : 한국관광공사)

 

먼저 통명전은 왕비의 침전으로 장희빈과 인현황후의 이야기가 회자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몇 차례의 화재로 소실되었다가 현재의 건물이 다시 축조되었습니다.

통명전의 화려한 아름다움을 더욱 배가시키는 것이 바로 통명전 지당인데요.

직사각형의 지당 중간에 아치형의 석교가 가로지르고 있습니다.

네 벽을 장대석으로 쌓아 올리고, 돌난간을 둘렀는데요.

이는 본래 이 자리에 있던 샘물이 비가 올 때마다 넘쳐흘러

이를 막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둥근 샘에서 나오는 물이 직선의 돌로 만든 입수구를 통해 폭포형태로 떨어집니다.

한국의 지당 가운데 가장 기발하고 아름다운 곳으로 평가 받고 있을 정도입니다.

처음 조성되었을 당시에는 구리로 된 수통을 사용했다고 하는데요.

이것이 사치스럽다고 논란이 이어져 돌로 바꾸게 되었다는 숨은 이야기도 있지요.

통명전을 지나서 수림이 우거진 안쪽으로 깊숙이 들어가면,

꽤 넓은 면적을 가진 큰 연못과 작은 연못으로 이루어진 춘당지를 만나게 됩니다.

춘당지는 원래 논이 있었던 곳을 일제강점기에 이를 파헤쳐 큰 연못으로 조성한 것인데요.

이 연못이 원래대로 논이었다면 푸른 숲에 싸인 논의 4계절을 만나볼 수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지금도 서울 도심에서 보기 드물게 자연경관을 풍성하게 간직한 곳으로

천연기념물인 원앙도 자주 찾아 들 정도로 자연생태 환경이 잘 보존된 곳이지요.


<창덕궁 애련지, 애련정의 가을> (사진 : 한국관광공사)

 

우리나라 궁궐의 정원은 잘 다듬어진 자연을 보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보다 자연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알 수 있는데 더 큰 가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자연과 조화되는 선조들의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는데요.

단순히 휴식과 유락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사색과 명상을 통한

수신제가치국평천하 할 수 있는 치유공간이었지요.

자연을 깎고, 부수고, 이용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서양의 아름다움에

길들어져 버렸다면 자연과의 조화를 바라보고, 하늘, , 사람을 하나로 보고

꾸며진 동양의 정원의 아름다움을 보러 오세요.

가끔씩 삶이 팍팍하게 느껴진다면 백성의 마음을 생각하고,

백성을 위한 시간을 가졌을 때 왕의 거닐고 머물렀던

왕의 정원에 담겨 있는 그 정신이 당신의 마음 심장에 산소를 불어넣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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