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 고전사

북망산과 망우산

청정지역 2019. 12. 1. 19:35


▲ 중국 낙양성 북망산 ...

    ♣ 북망산과 망우산 ♣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헤르만 헤세가 지은 싯다르타 연기론에서 모든 것은 "인연따라 생겨난다"고 했지요 이 말은 곧 모든 것은 '인연따라 생겨나며 인연따라 사라진다'는 말과 같아요 싯다르타가 내세운 연기론은 "이것이 있어 저것이 있고 저것이 있어 이것이 있다"라고 쉽게 풀이하고 있지요 삶과 죽음도 마찬가지 이지요 삶이 있어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어 삶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데 우리가 죽으면 과연 어디로 가는것일까요? 우리민요중 질곡의 삶을 노래한 "회심곡"에 보면 사람이 죽으면 북망산천으로 간다고 했어요 그리고 우리노래 "성주풀이"에도 "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그 무덤은 영웅호걸이 그 누구며 절세가인이 몇몇이냐 ... " 이런 가사로 이어지고 있지요 그런데 여기서 북망산천과 낙양성 10리길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곳이지요 이곳은 중국 낙양성에서 북쪽으로 10리 정도 떨어져 있는 공동묘지인데 이곳이 바로 북망산 이지요 북망산(北邙山) 또는 베이망 산은 하남성[河南省] 낙양[洛陽] 북쪽에 있는 산으로 옛날의 왕후나 공경[公卿]들이 대부분 이곳에 묻혀있는 중국의 명산이라 하지요 이 산은 동-서로 100㎞에 걸쳐 있는 해발 300m의 그리높지 않은 아담한 산이지요 그곳에는 수없이 많은 크고 작은 무덤들이 자리잡고 있어요 중원대륙 하남성 낙양시 북망산(北邙山)의 본래 이름은 망산(邙山)이었어요 망산이 낙양의 북쪽에 위치하기에 북망산이라 불리게 된 것이지요 본래 북망산은 풍광이 수려한 명산이었는데 명당자리를 찾는 고관대작들이 하나둘씩 북망산에 묏자리를 만들면서 북망산이 공동묘지로 변한 것이지요 그래서 북망산은 한나라때부터 낙양의 대표적인 공동묘지가 되었지요 그러다보니 우리나라에서도 북망산 하면 으레 사람이 죽어서 가는 곳으로 여겨지게 되었어요 그런데 중국 하남성은 요즘 이들 무덤을 가지고 공원을 만들고 박물관을 만들었어요 이곳을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만든 것이지요 이 관광지 이름이 바로 "고묘박물관(古墓博物館)" 이라 하네요 이곳에는 진(秦)나라 재상 여불위(呂不韋), 남조(南朝) 마지막 왕 진숙보(陳叔寶), 남당(南唐) 마지막 왕 이욱(李煜) 서진(西晉) 사마씨(司馬氏), 한(漢) 광무제(光武帝)의 원래 무덤, 당나라 시인 두보(杜甫) 대서예가 안진경(顔眞卿) 등의 무덤이 있으며 망산 지역에서는 최대 규모인 동한 황제능으로 확인된 '대한총(大漢塚) 한나라 환제(桓帝)의 선릉(宣陵) 그리고 질제(質帝)의 정릉(靜陵)등 3기의 황제능도 있다 하지요 또 이 북망산에는 우리나라 사람인 백제장수 흑치상지(黑齒常之), 백제 의자왕, 의자왕의 아들 부여륭(夫餘隆) 고구려장수 연개소문의 둘째와 셋째 아들인 남생(南生)과 남산(南産), 남생의 둘째 아들 헌성(獻誠) 연개소문의 고손자 비(毖)등이 이곳에 묻혀있다 하는군요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이 북망산과 비슷한 곳이 있어요 이곳은 다름아닌 서울의 동쪽 망우리 망우산(忘憂山)이지요 사람들은 흔히 공동묘지 하면 '무섭다'라는 생각부터 하게 되지요 이는 곧 죽은 사람의 영혼들이 마치 원귀처럼 떠도는 공간이 공동묘지라 여기고 있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은 흔히 '망우리공동묘지'도 그렇게 여기고 있지만 이 산 또한 명산이라 하지요 이곳에도 중국의 북망산처럼 우리나라 유명인사들이 많이 묻혀 있어요 망우리 공동묘지는 1930년부터 1973년 사이에 조성되었지요 전체 면적은 83만2800㎡로 약 2만9600여 기의 분묘가 있었으나 지금은 이장과 납골을 장려한 결과 7,420기만 남아 있다 하지요 서울시 중랑구청에서는 2000년부터 이 묘역에 공원화 사업을 실시하여 각종 등산로를 개설하고 유명인들의 시비를 세워 아름다운 공원으로 바꾸어 놓았어요 이곳에는 독립지사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에서 우리나라 근대사를 이끈 선구자들의 무덤과 비석들이 많아 말 그대로 "역사문화공원"이라 말할수 있어요 망우리공원에 묻혀있는 유명인사 중에는 '세월이 가면'이란 주옥같은 시를 쓴 시인 박인환 독립운동가 안창호,문명훤 독립운동가이며 민족대표 33인의 주역인 한용운, 박희도 아동문학가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어린이운동가인 소파 방정환 우리나라에 종두법을 보급한 의사이자 국문학자인 지석영,오긍선 제헌국회의원이며 진보당 당수였던 조봉암 ‘백치 아다다’를 쓴 소설가 계용묵 서화가 오세창 화가 이중섭,이인성 ‘찔레꽃’을 쓴 여류 소설가 김말봉 문인 최학송과 김상용,김이석 등 40여명이 훌쩍 넘게 잠들어 있지요 그뿐만이 아니지요 망우리공원에 있다는 사실조차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연극 '동승'을 쓴 함세덕과 작곡가 채동선 27세 새파란 나이에 낙엽이 되어 떨어진 가수 차중락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한글맞춤법에 맞섰던 변호사 박승빈 해방 정국 좌우익 갈등으로 희생된 삼학병(三學兵) 한국인들로부터 존경받는 일본인 아사카와 다쿠미(淺川巧) 그는 우리말을 하고 우리 옷을 입고 우리의 이웃으로 살아간 일본인이었지요 조선과 진정으로 교류한 일본인으로 '조선의 소반'이라는 책을 집필하기도 하였어요 또 한반도에 포플러와 아카시아를 처음 심은 사이토 오토사쿠 등도 이곳에 묻혀 있지요 유홍준 명지대 교수(전 문화재 청장)는 "이제는 역사 공간이 된 망우리공원을 우리는 하나의 문화재로 받아 들일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청순한 산벗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날때 망우리공원을 거닐다 보면 인간은 어쩔수 없는 자연의 아들임을 떠올리며 멀리 한강을 처연한 마음으로 바라볼수 있는 귀중한 문화유산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어요 또 최창조 전 서울대 지리학과 교수는 "망우리라는 땅의 성격은 대체로 연로하신 어머님의 '내 방'같은 느낌이다 어머님에게 '내 방'은 세상 어떤 것과도 바꿀수 없는 천하의 명당"이라며 "'내 방'은 나만의 '둥지'이다 둥지는 안온함과 안전을 보장하는 곳으로 믿는다. 망우리에서 어머님의 '내 방' 맛을 보라. 죽음도 생각해 보라 "고 했어요 그런데 바로 옆 용마산에도 망우리공원 못지않게 많은 무덤들이 있어요 남으로는 아차산(285m), 북으로는 망우산(291m)으로 이어지는 용마산(348m)인데 용마산 곳곳에도 서거정 시비를 비롯한 김소월, 백석, 한용운 등의 시비가 참 많이 있지요 이는<경국대전><동국통감><동국여지승람> 편찬에 참여한 서거정 선생이 아차산 아래서 책을 쓰고 시를 읊프며 삶을 영위해서 인지는 몰라도 지하철 7호선 '사가정'이란 역 이름은 서거정 선생 호에서 따왔다 하지요 용마산 너머는 구리시 이지요 저만치 구리시를 가로 지르고 있는 한강변 한 귀퉁이... <엄마의 말뚝><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등 탁월한 작품을 수없이 남긴 작가 박완서(1931년 10월 20일~2011년 1월 22일) 선생이 살았던 곳이지요 서울시 중랑구와 경기도 구리시에 걸쳐 있는 망우리공원... 이 공원에는 등산로, 산책로가 들어섰고 홍수를 방지하는 ‘망우산 저류조’ 등이 채워졌지요 언제 부터인가 공동묘지에서 휴식 공간으로 탈바꿈한 망우리 공원은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등산객, 운동이나 산책하는 주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어요 특히 순환도로 5.2km를 정비해 만든 산책로를 ‘사색의 길’로 명명하여 화두 하나 걸머메고 우거진 나무 사이길를 걷다보면 무언가를 찾을수도 있다 하네요 망우(忘憂)라는 이름은 조선의 태조 이성계가 명명 했다 하지요 태조 이성계가 한양으로 천도후 종묘사직을 마련하고 선왕들의 능터로 동구릉을 답사했어요 무학대사의 조언에 따라 그곳을 자신의 능터로 정하고 돌아서 환궁하던 중 지금의 망우 고개에서 잠시쉬며 ‘오랫동안 근심을 잊을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여 근심을 잊는다는 뜻의 잊을망(忘)자 근심할우(憂)자를 써서 망우(忘憂)가 되었다고 하네요 망우리 일대는 항일의 아픈 역사가 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3․1만세운동의 상징인 유관순 열사의 이태원합장비와 분묘 합장 표지비도 망우리공원에 있어요 이제 망우리공원은 단순한 묘지공원이 아니지요 근현대사의 보고, 한국의 페르라셰즈, 시민힐링공간, 역사의 산 교육장 등 ... 공동묘지였던 망우리공원은 인문학적 역사성이 덧입혀진 새로운 공간으로 변모해가고 있어요 "망우역사문화공원"으로의 명칭변경도 함께 추진하고 있지요 울창한 숲길과 인문학적 사잇길 곳곳에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망우리공원, 새이름으로 다시 태어날 날이 멀지 않았어요 프랑스 파리를 여행하다 보면 빼놓을수 없는곳이 바로 몽파르나스 페르 라셰즈, 몽마르트 묘지인데 이곳을 프랑스 3대묘지라 하지요 이곳에도 발자크, 쇼팽, 에디트 피아프, 들라크루아, 오스카 와일드, 짐 모리슨 등과 같은 유명 인사들이 잠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우리도 이곳을 중국의 북망산처럼 프랑스의 몽마르트 묘지처럼 자랑스런 문화유산으로 잘 가꾸어 세계적인 관광지로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마지막으로 박인환의 '세월이 가면' 을 올려볼께요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네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옛날은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가을의 공원 그 벤치 위에 나뭇잎은 떨어지고 나뭇잎은 흙이 되고 나뭇잎에 덮여서 우리들 사랑이 사라진다 해도 지금 그 사람 이름은 잊었지만 그 눈동자 입술은 내 서늘한 가슴에 있네 -* 일송 *- ★ 중국 낙양에 있는 북망산 (고묘박물관) ... ▲ 북망산 낙양 박물관 ...


    ▲ 박물관 안에 있는 묘실 ...



    ▲ 묘실안에 벽화 (행차도) 아래그림은 박물관에서 그 원형을 복원한 상상도...


    ▲ 북위제왕능원(北魏帝王陵園) 북위란 나라 제왕들의 산소라는 뜻...


    ▲ 북위 세종의 능인 경릉...


    ▲ 낙양성에 있는 탑림(塔林)...


    ★ 망우리 공동묘지가 시민공원으로 바뀌었지요 ...


    ▲ 망우리 시민공원으로 들어서자 빼곡한 나무 사이 곳곳에 수없이 많은 무덤들이 산재해 있어요 ...


    ▲ 만해 한용운 선생 묘 ...


    ▲ 용마산을 거쳐 망우산 1보루에서 망우산 공동묘지로 가는 길 ...


    ▲ 장덕수 선생 비 저만치 길목 한 귀퉁이에 독립운동가이자 정치인, 언론인이었던 설산 장덕수(1895~1947. 12. 2) 선생 비가 하나 우뚝 서 있어요 ...


    ▲ 유관순 열사 분묘 합장 표지비....


    관련 이미지 ▲ 박인환 선생 추모비....


    ▲ 성주풀이 낙양성 십리허에 높고 낮은 저 무덤은 영웅호걸 이 몇몇이며 절세가인이 그 누구냐 우리네 인생 한번가면 저기 저 모양 될 터이니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


    ▲ 저 건너 잔 솔밭에 솔솔 기는 저 포수야 저 산비둘기 잡지 마라 저 비둘기는 나와 같이 님을 잃고 밤새도록 님을 찾아 헤맸노라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


    ▲ 한송정 솔을 베어 조그맣게 배를 지어 술렁술렁 배 띄워놓고 술이나 안주 가득싣고 강능 경포대 달구경 가세 두리 둥실 달구경 가세 에라 만수 에라 대신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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