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 고전사

날은 저물고 갈길은 멀다

청정지역 2020. 2. 2. 19:02

    ♣ 날은 저물고 갈길은 멀다 ♣


    일모도원(日暮途遠)이란 말이 있어요 이는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이지요 황혼(黃昏)의 인생길이 다가오면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어지지요 이때는 자칫 조급함에 사로잡혀 치명적인 실수를 할때도 있어요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 는 중국의 전국(戰國)시대때 초(楚) 나라 사람 오자서(伍子胥)가 행한 말이지요 오자서(伍子胥)는 초나라 평왕(平王)이 모함에 속아 충신인 자신의 아버지와 형을 죽이자 초나라를 탈출하여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복수를 다짐했어요 군사적으로 천재(天才)인 그를 중용한 건 오(吳)나라 였지요 그는 오왕(吳王) 함려(闔廬)을 도와 초(楚)나라를 쳐 이기고 평왕의 무덤을 파헤쳤어요 아버지와 형의 원수를 위하여 관(棺)에서 시신(屍身)을 끌어내 300번이나 매질을 하였지요 그런데 산중(山中)으로 피난 갔던 오자서의 옛 친구 신포서(申包胥)가 이 소식을 전해듣고 사람을 보내 말을 전했어요 “당신의 복수는 너무 지나치지 않은가? 내가 들으니 ‘사람의 수(數)가 많으면 한때는 하늘을 이길수 있지만 하늘이 한번 결심하면 능히 사람을 깨뜨린다’고 했음인데 너는 원래 평왕의 신하로 몸소 그를 섬겼는데, 지금 평왕의 시신(屍身)을 욕보였으니 이보다 천리(天理)에 어긋난 일이 또 어디에 있는가?” 그러자 오자서는 사자(使者)에게 일렀어요 “부디 신포서(申包胥)에게 잘 전하라. 오일모도원 고도행이역시지(吾日暮途遠 故倒行而逆施之) 해는 지고 갈 길은 멀어, 도리에 어긋난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했지요 그래서'일모도원 도행역시(日暮道遠 倒行逆施)' "날은 저물고 갈길은 멀어 순리를 거슬러 행동한다"는 말이 생겨났다 하지요 일모도원(日暮途遠)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말은 나이가 들수록 실감나는 말이지요 오왕 합려는 그 후 월(越) 나라를 치다가 죽었어요 왕위를 계승한 아들 부차(夫差)는 원수를 갚기 위하여 장작더미 위에서 잠을 자며(臥薪=와신) 복수를 다짐하였지요 그는 드디어 월(越) 나라를 쳐 월왕 구천(句踐)을 회계산에서 포위하였어요 그러자 월왕 구천은 충성을 맹세하고 목숨을 살려달라고 빌었지요 마음이 흔들리는 부차에게 오자서가 간(諫)하였어요 “월왕(越王)은 고통을 잘 견디는 자입니다. 지금 그를 없애지 않으면 뒷날 반드시 후회하게 되옵니다.” 그러자 오왕 부차(夫差)는 듣지 않고 월왕(越王) 구천을 살려 주었지요 부차는 베푼 선심(善心)만 믿고 오월동주(吳越同舟)의 평화를 기대하였으나 구천은 회계산의 굴욕을 잊지 않았어요 그는 쓸개를 핥으며(嘗膽=상담) 복수를 노렸지요 이것이 바로 와신상담(臥薪嘗膽)의 고사(故事)이지요 원한의 해독은 참으로 처참하지요 오왕 부차는 월왕(越王)이 이를 갈고 있는 것도 모른 채 패자(覇者)가 되려는 허영심에 사로잡혀 모험적인 외교정책을 펼쳤지요 오자서는 오왕 부차에게 월(越)나라를 쳐 없애버리는 게 먼저라고 건의하다가 부차의 눈밖에 나게 되었어요 부차는 비록 적(敵)이었지만 초(楚)나라 평왕의 시신(屍身)에 오자서가 자행한 만행이 마음에 걸렸지요 이런 틈에 간신(姦臣)들의 모함이 있자 부차는 오자서에게 칼을 내려 자인(自刃)하도록 했어요 그러자 오자서는 “내가 죽거든 내 눈알을 뽑아내어 문 위에 걸어두어라. 월군(越軍)이 쳐들어와서 오(吳) 나라를 없애는 것을 보고싶다”고 유언하였지요 이 말을 전해들은 부차는 오자서의 시신(屍身)을 말가죽으로 만든 자루에 넣어 강물에 던져 버렸어요 그렇지만 오자서가 예언한대로 부차는 월왕 구천의 손에 죽었지요 사기(史記)의 열전(列傳)에서 오자서를 호의적으로 소개한 사마천(司馬遷)은 이렇게 평하였어요 원한의 해독은 참으로 처참하다. 임금으로서도 신하에게 원한을 품게 해서는 안 된다. 하물며 동렬(同列)의 사람이야 어떻겠는가? 오자서가 그런 한을 남긴 원인은 본인 설명에 의하면 일모도원(日暮道遠) '날은 저문데 갈 길은 멀어서'였어요 도행역시(倒行逆施)도 시간에 쫓긴 것이지요 시간적, 심리적 여유가 없으면 인간은 잔인해지고 오판(誤判)할수 있어요 순리를 거슬러 행동할수도 있지요 나이들어 이곳저곳 모임에 가 보면 짜증 섞인 불만들이 많이 나오지요 인생(人生)의 마감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느끼는 초조감 때문인지 대책 없는 불만들만 터뜨리고 있어요 아마도 날은 저물고 갈길은 멀어서 이겠지요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먼 사람들이 경계해야 할 것은 조급함 끝에 저지르는 회복이 불가능한 말년(末年)의 실수(失手)이지요 항상 자중(自重)하고 또 자중(自重)해야 하지요 벌써 또 경자년(庚子年) 설날이 다가 오는군요 음력으로도 또 한해가 조용히 저물고 있어요 -* 일송 *-






    ▲ 일모도원(日暮途遠) 지통재심(至痛在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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