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 고전사

재여부재(材與不材)

청정지역 2020. 2. 10. 20:32

    ◇ 재여부재(材與不材) ◇


    향설해(香雪海) 라는 말이 있어요 "향기로운 눈의 바다"라는 뜻이지요 그러나 이 말은 하얀 매화가 지천(至賤)으로 피어있는 것을 가리키는 옛 관용구 이지요 이말 자체 만으로 세상에서 가장 짧은 한편의 시가 될수있다 하지요 조선후기 시인(화가) 조희룡(趙熙龍 1789~1866)은 매화나무 사이에 다락을 짓는 것을 '향기로운 눈 바다에 누각을 띄운다(香雪海中宜泛樓)'라고 표현했어요 그 멋들어진 표현을 한 사람이 지은책이 바로 "향설관척독초존(香雪館尺牘鈔存)" 이지요 이 책에는 의미있는 "계숙에게(與季叔)" 란 글이 있어요 石有暈 木之癭 皆物之病也 而人愛之 人之有才 木石之病 不自愛而 爲人所愛 久則見壓 反不如凡 石閒木之 自存無恙矣 人之處世 可將處材不材之間 “돌의 무늬나 나무의 옹이는 모두 그 물건이 병든 곳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아낀다 사람이 재주를 지님은 나무나 돌의 병과 한가지이다 자신이 아끼지도 않건만 다른 사람이 아끼는 바가 된다 하지만 오래되면 싫증을 내며 도리어 평범한 돌이나 보통의 나무가 편안하게 아무 탈없는 것만 못하다 사람의 처세는 재(材)와 부재(不材) 의 사이에 처하는 것이 좋다" 이는 햇무리진 돌은 수석(壽石)으로 대접을 받아 좌대위에 모셔지고 나무의 울퉁불퉁한 옹이는 사람으로 치면 암세포같은 종양(腫瘍)인데 이런것이 많아야 분재(盆栽)감으로 높이 쳐준다는 뜻이지요 그뿐인가요? 없는 옹이를 만들려고 철사로 옥죄고 좌대에 앉히겠다며 멀쩡한 아래 부분을 자르기도 하지요 나무나 돌의 입장에서는 큰 재앙을 만난것이나 다름없어요 게다가 사람들은 금방 싫증을 내지요 얼마 못가서 좀더 신기한 것이 나오면 거기에 혹해 거들떠 보지도 않아요 재주를 파는것은 늘 이렇다 하지요 붕 떳다가 어느 순간 급전직하(急轉直下) 추락하고 말아요 그때가서 평범한 돌이나 보통의 나무를 부러워한들 때는 늦었지요 장자 산목(山木)편에도 재여부재(材與不材) 란 말이 나오는데 즉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의 사이에 처하란 뜻이지요 어느날 노스승과 제자가 길을 가는데 산길 옆 큰 나무를 목재꾼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고 지나 갔어요 연유를 묻자 옹이가 많아 재목으로 못쓴다는 대답이 돌아 왔지요 그날밤 스승과 제자는 객주집에 묵었어요 주인이 닭를 잡아오라 했는데 하인이 물었지요 “잘우는 놈과 못우는 놈 중 어느 놈을 잡을까요?” 하니까 주인이 “못우는 놈을 잡아라” 했어요 이튼날 길을 나선 제자가 스승에게 물었지요 “스승님 어제 나무는 쓸모가 없어 살았고 닭은 쓸모가 없어 죽었습니다 스승님은 어디에 처하시렵니까? “ “응 ~ 나? 나는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중간에 처 할란다 그런데 그 중간은 얼핏 욕먹기 딱 좋은 곳이긴 하지!!“ 라고 말씀 하셨지요 그래요 언제나 그 재주가 문제 이지요 남달리 뛰어나도 문제 이지만 너무 우둔해도 문제인 것이지요 요즘 세태는 너무 편협해도 문제 이지만 속없이 나불거리는 그 입(口)도 문제이지요 평상시 몸가짐에서 그사람의 무게와 교양이 드러나지요 몸가짐이 장중(莊重)해야지 경망(輕妄)해선 안되지요 의욕만 앞서 나부대고 설치기만 하면 실속도 없이 비웃음만 살 뿐이지요 태산교악(泰山喬嶽)같은 무게를 갖어야 하지요 -* 일송 *-








    ▲ 입춘(立春)이 지났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에도 포근한 함박눈이 소복히 내렸으면 좋겠어요 ...




'명인 · 고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성인지도(聖人之道)  (0) 2020.02.18
잘 되는 집안의 비밀  (0) 2020.02.18
보시(布施)와 지계(持戒)  (0) 2020.02.02
날은 저물고 갈길은 멀다  (0) 2020.02.02
일확천금(一攫千金)과 봉사   (0) 2020.0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