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방 야화 -
지혜로운 남편
그 옛날
아주 먼 옛날 이야기입니다.
극심한 고부갈등에
오랫동안 고민하던 윤진사가
어느날 무슨 결심을 했는지
그의 아내를 불렀다.
고부간의 가정불화는
가정파탄의 원인이 되오.
어머니가 얼른 세상을
떠나셔야 해결이 날 텐데
칠십노인인데도
건강이 좋으시니 걱정이 태산이요.
이런 생각은 불효이지만,
지금 돌아가셔도 살 만큼 사셨으니
밥에 약이라도 타서
세상을 떠나시게 하고 싶소.
그런데 고민이 있습니다.
큰 병환없이 갑자기 돌아 가시면
외삼촌이 벼락같이
달려와서 원님에게
검시를 해보자고 할 것이요.
그 결과 만약에 독살로 판명되면
불화하던 부인의 소행이라 할 것인데..
그렇게 할 수도 없는 노룻이요.
그래서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 보았는데
그 방법은 부인의
적극적인 협력이 꼭 필요하오.
"무엇을 어찌하라시는 말씀이신지요"
부인이 거짓일지라도
한동안 효부행세를 하여
"그 집 며느리는 효성스럽다는
소문을 나게 해주시오."
그런 소문이 난 후
돌아 가시게 하면 동네 사람들은
효성스러운 며느리를
그렇게 죽일년이라 욕 하더니
이제 동네가 다 알게 되니까
'무안해서 자살했을 것이다'고 생각하여
아무 일이 없을 것이요.
"그리 해보시겠소?"
"그런 소문을 어떻게 내란 말씀이신지요.?"
내가 시키는 대로만하면 될 것이오.
지금 추수철이니까
날마다 타작하는 집에 가서,
'우리 어머니께서 입맛을 잃으셔서
몇일간 진지를 못 드신답니다.
그러니 맛있는 반찬 좀 얻어 갑시다.'
그리 말하고 반찬을 얻어 오시오.
그리고 어머니께는 반찬이 좋아서
얻어왔으니 맛있게 잡수세요.
라고 권하면 되요.
날마다 그렇게 하면, 집집마다
당신을 효부라고 칭찬하게 될 것이오.
또 내가 생밤 한말을 사다 줄 것이니
그 밤을 매일 10개씩만
밥에 쪄서 두었다가
아이들 모르게 어머니 주무실 때에
잡숫고 주무시라고 하세요.
또 식전에 일찍이 숭늉을 끓여서
아침이 늦겠으니 미리 잡수시라고 하세요.
그러면 나는 만나는 사람마다
부인이 하는 일을 자랑할 것이요.
그러면 안팎이 모두 부인을
효부라고 하게 될 것이고 그 뒤에 어머니가
어떻게 돌아 가셔도 부인을
의심하진 않을 것이오.
아내 이씨가 자세히 듣더니
그럼 생밤이나 사오시라며
이튿날 부터 남편이
지시한대로 철저히 실행하여 나갔다.
시어머니는
며느리가 달라진 것이 고마워서
여간한 잘못이 보여도
눈감아 주시고
무슨 문제가 생겨도
자신이 해결하시기 시작했고
날이 갈수록 며느리가
기특하다는 생각이 깊어져 가셨다.
동네잔치에 가서 국수 한 그릇만
받아도 며느리 생각이 나서
집으로 가지고 와
며느리 불러 앉히고
"네 생각이 나서 혼자 못 먹겠더라."
하시며 같이 먹자 하셨다.
어느 날은
대가 집에서 보낸 봉송음식에
귤병 한쪽이 있는 것을 보고 시어머니가
손에 감추었다가 얼른
며느리 입에 넣어 주셨다.
"귀한 것인데
아들과 손자도 아니 주시고
며느리 입에다 넣어주신다."는
생각에 감격이 넘쳐났다.
날씨만 추워도 며느리가
식전에 아침 짓기에 춥겠다 싶어서
밤중에 나가서
물을 데워 놓기도 하고, "감기 들겠다."
"들어가 쉬어라."
하시며 며느리를 아끼셨다.
어느 날 윤진사가 어머니를 위해
저고리 한 감을 사왔는데,
시어머니는
"방안에서 늙은이가 아무러면 어떠냐.
네가 해 입어라."하시었고
며느리는 "젊은이야 어때요.
노인네가 따뜻하게 입으셔야지요."하면서
시어머니의 옷으로 만들었다.
어느 날은 김장을 담으려고
며느리가 식전에
저고리를 입어 보니까
자기 잠든 사이에 시어머니가
며느리 저고리를 갔다가
당신 저고리 솜을 베껴서
두툼하게 솜을 넣어 놓으셨다.
개천에 가서
김장거리 씻기에 추울까 해서
이렇게 하셨다는 생각에,
감사의 눈물이 솟았다.
"나는 거짓 효성을 부린 것인데
어머니는 진실로 나를 아끼시는구나.
내가 벼락 맞을 년이구나."
그 멀마 후 윤진사가
조용히 아내를 불러
"이제는 근방에 부인이
효부라고 모두 소문이 났으니
밥에 약을 타 드립시다."
"약을 주시면 내가 먹고 죽겠습니다.
제가 죽일 년이고 모든 불화는
모두 저의 죄입니다." 라면서
부인이 각성의 울음을 터트렸다는
일화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시대가 변하여 '며느리 시집살이' 라는
신조어가 생긴 이 시대에도
고부간의 갈등은 내재되어 있습니다,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
가정의 평화를 지켜내자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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