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번쯤
처음 영화관에 가본 것처럼 어두워져라.
곯아버린 연필심처럼 하루 한 번쯤 가벼워라.
하루 한 번쯤 , 보냈다는데 오지 않은 그 사람의 편지처럼 울어라.
다시 태어난다 해도 당신밖에는 없을 것처럼 좋아해라.
누구도 이기지 마라, 누구도 넘어뜨리지 마라.
하루 한 번 문신을 지워낼 듯이 힘을 들여 안 좋은 일을 지워라.
양팔이 넘칠 것처럼 하루 한 번 다 가져라, 세상 모두 내 것인 양 행동하라.
하루 한번쯤
움직이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 내가 못하는 것들을 펼쳐놓아라.
먼지가 되어 바닥에 있어보라.
하루에 한 번 겨울 텐트에서 두 손으로 감싼 국물처럼 따뜻하라.
어머니가 내 뒷모습을 바라보는 것만큼 애틋해라.
하루 한번 내 자신이 귀하다고 느껴라.
좋은 것을 바라지 말고 원하는 것을 바라라.
옆에 없는 것처럼 그 한사람을 크게 사랑하라.
( 이병률 시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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