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 고전사

봉선화 전설

청정지역 2015. 6. 22. 10:07

 

 

 
여름이 어스름 해지는 저녁이면 하늘도. 구름도. 바다도. 어스름 물이 든다 담밑에 키재기를 하고 있는 봉선화를 따다가 백반 조금 넣고 절구에 빻는다 언니하고 동생하고 평상위에 둘러앉아 내가 먼저 할거라며 손가락 키재기를 한다 그렇게 손톱위에 올려진 봉선화 위에 비닐을 씌우고. 그리고 행여나 도망갈까봐 명주실로 꽁~꽁 매여 주기를 여러번. 이젠 기다리기만 하면 되는데. 밤새 이리 저리 뒤척인다. 행여나 빠져서 도망가지 않을까 어느새 꽁~꽁 싸맨 손가락 끝이 아려온다 그렇게 아침이 되고. 손가락 끝에 매달려 밤새 숨도 쉬지 못하고 꽁~꽁 감겨있던 비닐을 벗겨보니. 쪼글..쪼글 할머니 손이 되어 있다 밤새 곱게 물들인 봉선화 물.. 첫눈이 내릴때까지 봉선화 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도 몰랐던 어린 아이는 첫사랑이 이루어 진다는 전설같은 이야기를 믿으며. 늦가을까지 작은 가슴 설레고. 행복한 기다림으로 곱게 물들었겠지
봉선화 우리가 저문 여름뜨락에 엷은 꽃잎으로 만났다가 네가 내 살 속에 내가 네 꽃잎속에 서로 붉게 몸을 섞었다는 이유만으로 열에 열 손가락 핏물이 들어 네가 만지고 간 가슴마다 열에 열 손가락 핏물 자국이 박혀 사랑아 너는 이리 오래 지워지지 않는 것이냐 그리움도 손끝마다 핏물이 배어 사랑아 너는 아리고 아린 상처로 남아 있는 것이냐 도종환 시인/시선집 중에서 봉선화 꽃의 전설 삼국시대, 백제 땅에서 살고 있었던 한 여인이 선녀로부터 봉황 한 마리를 받는 꿈을 꾼 뒤 어여쁜 딸을 낳았답니다. 환성을 질렀어요. 그 여인은 딸의 이름을 꿈에서 본 봉황과 신선이라는 글씨에서 각각 한 자를 따내서 봉선(鳳仙)이라고 지었는데... 봉선이는 자라면서 거문고를 너무나 잘 뜯었답니다. 마침내 봉선이의 거문고 솜씨는 왕궁에까지 전해지게 되었고 임금님의 앞에서 거문고를 뜯은 그날, 궁궐에서 돌아온 봉선이는 갑자기 몸이 시름시름 아프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병석에 드러눕고 말았답니다. 그런 어느 날, 임금님의 행차가 봉선이의 집 앞을 지나간다는 말을 들은 봉선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있는 힘을 다해 거문고를 뜯기 시작했답니다. 그 거문고 소리를 들은 임금님은 마침내 봉선이의 집으로 행차했는데 그때 거문고를 뜯는 봉선이의 손에서는 붉은 피가 동글동글 맺혀 떨어지고 있었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본 임금님은 봉선이를 몹시 애처롭게 여겨 무명천에 백반을 싸서 봉선이의 손가락을 싸매주고 길을 떠났답니다. 그리고 얼마 뒤, 봉선이는 결국 병석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죽고 말았는데 이듬 해, 봉선이의 무덤에서는 생전 처음 보는 빨간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으며... 그때부터 사람들은 그 빨간 꽃으로 손톱을 물들이기 시작했고, 봉선이의 넋이 화한 꽃이라 하여 '봉선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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