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 영상글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청정지역 2016. 10. 14.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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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딱 그만큼의 거리에서 
                              / 향린 박미리
 
 
 
 
알아요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다가서면 안 되는 줄을
나도 부탁할게요
그대도 더 다가오지 말아요

그래요
정해진 거리에서 이대로
이대로만 마주 보기로 해요
굳이 자로 재지 않아도
그 거리가 얼만큼인지 너무도 잘
알아요

유효기간 없이 잊힐 일 없이
마음 호수에 이는 행복 파문을 따라
있는 듯 없는 듯 하룻길 같이 갈
딱 그만큼만 좋아할게요

흔한 사랑과는
또 다른 색깔의 행복에
참 살맛 나는 내일이 열릴 것 같아요

파란 감나무에 가을이 맺히고
눈 내린 돌계단 위로 겨울이 앉은
꿈같은 풍경 속으로 벌써 마음 떠미는
기다림의 배 船 있으니

현실이 뭐라거나 말거나
마음껏 훨훨 대며 어디든 가겠네요
다만, 먼저 내리기 없기예요
약속해 줘요.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