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송 · 영상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 글. 도종환 / 낭송. 박희자

청정지역 2016. 11. 19. 09:25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글. 도종환 / 낭송. 박희자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


함께 잡은 손으로 따스하게 번져 오는
온기를 주고 받으며
겉옷을 벗어 그대에게 가는 찬바람 막아 주고

얼어붙은 내 볼을 그대의 볼로 감싸며


겨울을 이겨내는
그렇게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겨울 숲 같은 우리 삶의 벌판에
언제나 새순으로 돋는 그대
이 세상 모든 길이


겨울 강처럼 꽁꽁 얼어붙어 있을 때
그 밑을 흐르는 물소리 되어
내게 오곤 하던 그대여


세상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무엇을 하기에도
너무 늦은 나이라고 말할 때
아직도 늦지 않았다고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고
조그맣게 속삭여 오는 그대


그대와 함께 있는 우리를 보고 싶다

너무 큰 것은 아니고
그저 소박한 나날의 삶을 함께하며
땀 흘려 일하는 기쁨의 사이사이에
함께 있음을 확인하고
 
이것이 비록 고통일지라도
그래서 다시 보람임을 믿을 수 있는
맑은 웃음소리로 여러 밤의
눈물을 잊을 수 있게 하는 그대여 희망이여


그대와 우리가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