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딱, 새조개
겨울이 맛있어졌다. 제철 맞은 새조개 덕이다. 살이 통통하게 오른 조갯살은 차지고, 비린내 없이 담백한데다, 단맛까지 감돈다. 제일 맛있는 새조개를 맛보기 위해 충남 홍성을 찾았다.
충청남도 홍성 IC에서 30분 남짓 더 달려, 남당항에 도착했다. 지금 이곳은 새조개 축제가 한창이다. 도로를 따라 횟집이 즐비하고, 주차장은 새조개를 먹으러 온 사람들의 차로 가득 찼다. 횟집 문 앞에는 새조개 껍데기가 작은 산처럼 쌓였고, 주인아저씨는 빛의 속도로 새조개를 다듬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새조개가 많이 나는 대표 지역 두 군데를 꼽자면, 충청남도 홍성과 전라남도 여수다. 2000년도까지는 국내에서 생산되는 새조개의 양이 적어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했는데, 그 후 전남 광양만과 여수 일대, 서해안 지역에서도 새조개가 생산되기 시작했다.
생산량이 늘어난 이유는 간척 사업 덕. 간척 사업을 하면서 황토가 갯벌에 유입되어 새조개가 살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우리나라 어시장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속살이 새의 부리와 닮아서 이름 붙은 새조개는 지금이 딱 맛있을 때다. 겨우내 찬 바닷물에서 떨던 새조개가 산란을 위해 바짝 살을 찌우기 때문이다. 보통 새조개의 제철은 12월에서 이듬해 3월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홍성 수산시장 상인들은 가장 맛있는 시기를 2월 말에서 3월 초로 꼽는다.
제철의 새조개는 비린내가 적고, 닭고기처럼 담백하며, 식감이 쫄깃해 특히 맛있다. 3월 이후부터는 새조개가 알을 품기 시작해 맛이 떨어진다.
1 홍성의 삽교호수산시장. 가게마다 제철 맞은 새조개가 가득하다.
2 삽교호수산시장에서 해산물을 사면 그 위층에서 바로 요리를 해주기도 한다.
3 새조개 축제를 찾은 사람들 덕에 남당항 횟집의 문 앞에는 새조개 껍질이 가득하다.
4 새조개는 조개의 갈색 부리 부분이 짙고, 살이 두꺼울수록 맛이 좋다.
새조개는 갯벌에서 잡히지 않는다. 얕은 뻘 속을 파고들어가 서식하는데, 자라면서 깊은 바닷속으로 이동해 보통 수심 20~30m에서 산다. 그 때문에 새조개를 잡기 위해서는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 한다. 그물을 쳐서 바다의 바닥을 긁어 잡아 올리거나 잠수부가 직접 바닷속으로 들어가 채취한다.
아무래도 사람이 직접 잡은 새조개가 알도 크고 실하다. 양식이 되지 않아 다른 조개에 비해 값은 비싼 수준. 남당항에서 새조개 가격은 1kg에 4만원 정도다. 수산시장에 가면 껍질째 파는 것과 새조개의 살만 발라놓은 것이 있는데, 오래 두고 먹을 게 아니면 살만 발라 놓은 새조개를 사는 쪽이 이득이다. 같은 무게에 양은 많으니까. 싱싱한 새조개는 검은 부분이 검을수록 살이 윤기 나고 탱탱하다.
“어여 들어와, 새조개 맛있어! 샤부샤부 먹고 가!” 남당항에 위치한 횟집 문 너머로 들리는 상인들의 목소리. 가게 벽에 걸린 메뉴판에는 ‘새조개 시가’라는 표시만 있다. 식당을 둘러보니 모든 테이블 위에 배춧잎을 가득 넣은 육수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1kg이면 두 명이 먹기에 충분하다.
1 새조개는 감칠맛이 좋아 따로 초장이나 간장을 찍어 먹지 않아도 될 정도다.
새조개를 주문하면, 육수가 담긴 냄비와 접시에 담긴 새조개 회가 나온다. 조개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회로 먹는 것. 새조개 회를 초장에 살짝 찍어 먹었다. 아삭하면서도 쫄깃한 식감, 달짝지근한 조개 육즙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날것이 두렵다면, 새조개 샤부샤부를 먹으면 된다. 무, 배추, 냉이에 바지락을 넣은 육수를 팔팔 끓여 새조개를 아주 잠깐 1~2초 정도만 담갔다 먹는다. 육수에는 간이 안 되어 있다. 새조개 자체의 짠 맛이 있어 따로 간을 할 필요가 없다. 육수 속 익힌 배추에 새조개를 싸 먹으면 새조개의 단맛이 더해지고, 냉이를 새조개 위에 얹어 먹으면 그 맛이 닭고기같기도 하단다.
초반에 맛본 샤부샤부 국물 맛은 심심하고 밍밍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새조개를 담갔다 꺼낼수록 육수에 새조개의 감칠맛과 시원함이 더해진다. 거기에 쫄깃한 칼국수 면을 넣어 팔팔 끓여서 후루룩 먹고 나면 몸보신 제대로 한 기분이다.
2 새조개 초무침을 할 때, 새조개 부리 속에 있는 내장을 손질한 후에 요리해야 한다.
3 배추의 단맛과 냉이의 향긋함, 바지락의 감칠맛, 청경채의 아삭함이 어우러진 육수에 새조개를 데쳐 먹는 샤부샤부.
4 새조개는 날로 먹을 때보다 구워 먹으면 쫄깃한 식감이 강해진다. 너무 오래 굽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5 새조개 삼합에 넣는 재료는 가게마다 조금씩 다르다. 남당항의 중앙수산횟집의 삼합은 새조개와 낙지, 소고기를 구워 묵은지에 싸 먹는 방식이다.
메뉴에는 없지만, 새조개 초무침과 삼합을 주문하면 해주는 가게들이 있다. 새조개 초무침은 새조개의 발, 즉 조개의 짙은 갈색 부분을 반으로 갈라 그 속에 있는 내장을 빼서 손질한 것으로 요리한다. 참나물, 당근, 파 등 신선한 채소와 새콤달콤한 초고추장 양념에 손질한 새조개를 넣어 무친다.
가게에 따라 새조개 회를 넣어 초무침을 하는 경우도 있고, 살짝 데친 새조개 살을 사용하는 가게도 있다. 새조개의 산지, 남당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새조개 삼합. 이 또한 가게에 따라 재료가 다르다. 남당항에 위치한 중앙수산시장에서 새조개 삼합을 주문하면, 소고기와 새조개 그리고 낙지가 함께 나온다.
예전에는 낙지 대신 키조개를 삼합으로 해서 먹었는데, 요즘 키조개 가격이 올라 낙지로 대체됐다. 세 가지 재료를 모두 구워서 묵은지에 싸 먹기도 한다. 새조개와 삼겹살, 묵은지를 삼합으로 파는 가게도 있다.
홍성에 가면 새조개 미역국, 새조개 구이 등을 먹어도 좋다. 사진을 보니, 새조개의 맛이 아른거려 침이 고인다. 제철 맞은 새조개, 지금이 가장 맛있게 먹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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