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 고전사

아랑전설

청정지역 2018. 1. 25. 21:15

      



아랑전설



  

전체줄거리


밀양 부사의 딸인 아랑은 매우 아름다웠다.

하급관원인 통인은 그녀의 미모를 탐해

아랑의 유모를 사주하여 아랑을 유인했다.

통인이 아랑을 겁탈하려고 하자

아랑이 저항하여 통인이 아랑을 죽이고

사체를 유기했다.

.

이후로 아랑은 자신의 원을 풀기 위해

새로 부임하는 부사를 찾아갔다.

그러나 부사들이 귀신인 아랑을 보고

놀라서 자꾸 죽는 것이었다.

.

흉흉한 소문이 돌자 밀양에

부임하려는 자가 없었다.

그때 자원하는 사람이 있어

밀양 부사로 부임했다.

부사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밤이 되길 기다렸다.

.

밤이 되자 아랑 원혼이 나타나

자신의 원을 풀어달라고 하며

범인 색출 방법을 알려주었다.

다음날 부사는

관원들을 모두 모아놓았다.

.

그때 나비 한 마리가

통인의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부사가 통인을 죽이고

아랑의 사체를 찾아 장사 지내주었다



감성이야기

옛날에 밀양 윤부사에게

아랑이라는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아랑은 일찍 어머니를 여의고

유모의 손에서 자랐다.

.

그런데 관아에 총각인 통인이

하나 있었는데 이런 아랑의

미모를 보고 자꾸만 나쁜 욕심이 생겼다.

.

결국 궁리를 하다가 유모를 불러냈다.

그리고는 밤에 아랑을

유인해주면 많은 돈을

주겠다고 하였다.
.
어느 날, 아랑이 별당에서 책을 보며

저녁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유모가 다가왔다.


“아씨, 오늘 달도 좋은데

영남루 구경이나 갈까요?”
.
아랑은 솔깃했다.

혼기가 다 된 처녀가 함부로

나다니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던

아버지 때문에 늘 별당에서

혼자 지내던 터였다.

.

아랑은 두려움 반,

설레임 반으로 유모와

영남루로 향했다.
.
보름달이

훤한 영남루의 경치는 일품이었다.

아랑은 입을 닫지 못하고

주의를 둘러보았다.

그때 영남루 옆 대밭에서

음흉한 미소를 품고 나타나는

이가 있었으니 통인이었다.



통인이 눈짓을 주자

유모는 슬며시 뒷걸음질을 쳐

아랑을 혼자 두고 가버렸다.

 아랑이 넋을 놓고 구경을 하는

동안 통인은 아랑의 뒤태를 보며

조용히 접근했다.

.

한참 뒤 아랑이 이상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니

유모는 온 데 간 데 없고

통인이 서 있었다.

.

순간 아랑은 낌새를 차리고

자리를 피하려고 하였다.

그러나 통인은 아랑을

가로막았고 아랑은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다.
.
“무슨 짓이냐?”


“제 신분으로는

 아씨를 어찌 할 수 없으니

이 방법밖에는 없지 않습니까?

딱 한 번 품어보자는 것인데

어찌 이리도 화를 내십니까?”


통인의 방자함이

도를 넘어서고 있었다.

아랑은 다급해서 소리를 지르려 했지만

통인은 아랑의 입을 우악스럽게 막고

아랑을 번쩍 들어 대숲으로 향했다.

아랑은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러나 힘 센 남자를 저지할 수는 없었다.

.

그래도 아랑은 몸부림치고

소리를 지르며 통인을 노려보았다.

통인은 겁을 주려고 가져온 칼을

꺼내서 아랑을 겨누었지만

아랑은 아랑곳하지 않고 저항했다.

.

아랑의 저항이 더 심해지자

당황한 통인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렇다고 아랑을 그냥 보내면

당장 부사의 손에 죽을 것만 같아

겁이 났다.

.

통인은 그만

칼로 아랑을 찔러 죽였다.

그리고 땅을 파서 아랑을 묻고

얼른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날,

부사는 아랑이 사라진 것을 알고

유모를 찾았지만 유모는 이미

통인이 준 돈으로 도망간 뒤였다.

관원 하나가 유모와 아랑이

밤에 나가는 것을 보았다고 하자

근처를 수색했다.

.

그러나 도무지 알 수 없었다.

오랫동안 수색을 했지만

단서를 찾을 수 없었다.

.

부사는 혹 밤에 나갔다

아랑과 유모 모두 호랑이에게

잡힌 것은 아닌가 하여

수색을 포기했다.

그리고 딸을 잃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관직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
그 뒤부터 이상한 일이 생기기 시작했다.

새로 부임하는 부사마다

부임한 첫 날 밤에

변사체로 발견되는 것이었다.



흉흉한 소문이 돌면서 도성에서는

밀양으로 부임하는 것을

꺼리게 되었다.

.

그때 한 사람이 자청해서

밀양 부사로 부임하였다.

부사는 밤이 되자 마당에 불을

밝히게 하고 글을 읽었다.

.

밤이 깊자 바람이 심하게 불더니

마당의 불이 꺼지고 문이 확 열렸다.

그러더니 산발을 한 아랑이

피를 흘리며 들어왔다.

.

부사는 무서웠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 큰 소리로 꾸짖었다.
.
“오라, 네가 구관 부사들을

죽인 년이로구나.

너는 사람이냐,

귀신이냐?

대관절 무슨 일이기에

감히 부사의 방에 침범하여

사람을 죽인단 말이냐?”


아랑은 나는 듯이 부사 앞으로

오더니 절을 하고는 앉았다.
.
“저는 구관 윤부사의 딸 아랑입니다.

 헌데 억울한 죽임을 당하여

원을 풀지 못하다가 새로 부임하는

부사님을 찾아왔던 것입니다.

그런데 저의 끔찍한 몰골을 보고
.
모두 놀라서 죽으니

어찌 저의 소행이라 하십니까?

부사님께서는

담대하신 분인 듯 하오니

저의 말씀 좀 들어주십시오.”
.
그리고는

죽은 사연을 말해주었다.

“내일 관원들을 모두 모아 놓으면

제가 범인을 지목하겠습니다.”


다음날,

관원들은 으레 부사가

 죽은 지 알고 관을 준비해서 왔다.

.

그런데 방에서 부사가 멀쩡하게

살아 나오는 것이었다.

.

관원들이 놀라서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부사가 모든

관원들을 모아놓으라 명하였다.

.

관원들이 모두 모이자

나비가 날아 들어오더니

통인의 머리 위를 날아다녔다.
.
‘흠, 저 놈이로구나.’
.
부사는 통인을 붙잡게 하고

자백을 받아냈다.

그리고 아랑을 유기한 장소를

물어본 뒤 참형에 처했다.



영남루 옆 대숲에서

아랑의 사체를 발견하였는데

죽은 지 3년이나 된 시체가

썩지 않고 그대로였다.

.

아랑의 몸에서 칼을 빼내니

살은 사르르 녹아 없어지고

뼈만 남았다.

.

장사를 지내주고

아랑각을 지어 매년 제사 지내게 하니

그날 밤 아랑이 생전의 고운 모습을 하고

다시 부사를 찾아와 절을 하고 돌아갔다.

이후로 부사의 명성이 자자해졌고

밀양은 다시 평화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