뽕녀는 내조의 여왕이었다.
중국 역사상 가장 살기 좋았다는
요순시대를 연 요임금과 왕비 이야기.
요임금이 민정시찰을 나오자 백성들이
길가에 엎드려 존경의 뜻을 보였다.
그런데 뽕밭에서 한처녀가
돌아도 보지않고 뽕만 따고 있는 게 아닌가?
"어가를 멈춰라."
호기심어린 왕이
그 처녀를 가리키며 친위대장에게 물었다.
"저 여인은 누구인가.?"
"촌구석의 뽕 따는 무식한
처녀인 줄 아옵니다. 소신이 다녀오겠습니다."
왕의 눈에는 그 처녀의 자태가
너무나 아름다워 거의 환상적이었다.
"아니다. 내 좀 걷고싶던 차에 잘 됐다."
왕이 가까이 왔는데도
처녀는 돌아보지도 않고
뽕만 따고 있었다.
"너는 나의 백성이
아니란 말이냐? 왕이 너를 찾아왔다."
그때서야 이 처녀는
몸을 돌려 정중히 인사를 했다.
그 순간 왕은 실망을 했다.
처녀의 얼굴에 보기에도 민망한 혹이
달려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왕은 슬그머니
객기가 발동했다.
"만 백성이 짐에게
경의를 표하고 땅에 엎드리는데,
너는 어쩐 연고로 못본쳬 하느냐?"
그러자 이 뽕녀의 입에서 참으로
아름답고 당당한 음성이 흘러나왔다.
"하늘아래 임금님의 땅이
아닌 곳이 없고 신하 아닌자가 없습니다.
지금 만백성이 어지신
임금님을 우럴어 보고있습니다.
그러나 땅에 엎드리는 일만이
백성의 예의는 아닌듯 하옵니다."
"그렇다면 다른 예의란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부모의 뜻에 따라
맡은 소임에 충실함이 더 임금님께
충성하는 일이라 사료되옵니다."
"부모의 뜻이 뭐그리 대단한 것이냐.?"
"효는 만행의 근본이며 모든
선행 중 으뜸으로 은혜가 무한하여
자식은 부모를 받들어야 합니다.
군왕이 마땅히 그 모범을
보이셔야 하거늘 어찌 이를
탓하려 하시옵니까.?"
왕은 감탄하여 절로 미소가 피어 올랐다.
요것 봐라. 날 가르치고 있다.
햐! 고것 참 기이하구나!
왕은 두번 째 질문을 해보기로 했다.
"너는 얼굴에 혹이 달려 챙피하지 않으냐.?"
"신체는 하늘이 부모님을 통해 주신
은사이오며 하늘의 뜻은
삼라만상을 다스리는 것이옵니다.,
그런데 만백성의 어버이 이신
대왕께서 어쩐 연고로 소녀의 생김새를
가지고 소녀를 조롱하시려 하시옵니까.?
소녀는 인간의 도로써 인간을
다스려야 하고 외양보다는 내면의 진실을
더 존중해야 하는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왕은 더욱 놀라
'신하 중에 이런 어질고 현명한 신하가
많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생각했다.
왕은 내친 김에 엉뚱한 질문
한 개를 더 해보았다.
"너를 내 왕비로 삼고 싶다.
나를 따라가겠느냐.?"
뽕녀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대답했다.
"백성들에게 학문보다는 예를 먼저,
재리보다는 도리를 먼저 가르치시는 것이
군왕의 도라고 생각 하옵니다.
대왕께서 그럴 뜻이 있으시면
나라의 질서를 지키고
예도를 가르치시기 위해서라도
먼저 소녀 양친의 동의를 구한 다음
예법이 정한 바에 따라 모범이 되는
절차를 준행함이 마땅한 줄 아옵니다.
그런데 어이하여 소녀를
노상에서 납치하려 하시옵니까.?"
왕은 크게 감탄했다.
말씨름에서 크게 패한
기분이 들어 어안이 벙벙했다
이 넓은 하늘 아래 누가 감히
왕인 나에게 저렇게 의롭고 유식한 도리를
당당하게 말해 줄 수 있단 말인가?
그런 의인이
내곁에 있다면 얼마나 좋을꼬?
이 뽕밭의 세가지 질의응답이야 말로
요임금의 민정시찰중 가장 큰 성과가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왕은 예법에 따라 청혼을 하고 혼서를 보냈다.
만 백성이 경축하는 결혼일에
왕비의 가마가 왕궁에 도달하던 날,
신하들과 궁녀들이 왕비가 얼마나
대단한 미인일까
궁금증이 불타 올랐다.
그런데 가마문이 열리자 왕비를 본
궁녀들의 입가에 조소가 피어올랐다.
가마에서 내린 왕비는
무수한 시종들 앞에서 팔을 둥둥 걷어올리고
주방으로 걸어들어갔다
궁녀들이 비웃으며 말렸다.
왕비는
"난 왕의 아내다. 내 손으로
진지를 해드리는 것이 도리이다.
저리 비켜라."
왕의 수라상을 준비한 다음에
궁녀들의 시치스런 복장과 경박한
행동을 지적하여 호령했다.
"오늘부턴 백성들보다
사치 하는자는 그냥두지 않겠다.
농어촌의 선량한 부인들 보다 잘 먹거나
더 게으른 자는 용서하지 않겠다.
왕을 섬기는 자들이 백성들 보다
예와 도리가 모자라면, 왕께서 어떻게
바른정치를 하실 수 있단 말이냐?"
왕비의 엄숙하고 단호한 질책을 받은
궁녀들의 비웃던 입이 모조리
놀란 조개처럼 굳게 다물어졌다.
그날부터 나라의 질서와 도덕이
하루가 다르게 바로서고 꽃피기 시작했다.
당장 궁중과 대신들이
달라졌고 백성이 금새 달라졌다.
나라엔 도둑이 없어지고
세상인심이 어딜 가나 풍요로워 졌다.
그리하여 이 여인이
요순시대의 태평성대를
창조하는 불가사의한 기적을 낳았다.
왕으로부터 촌부에 이르기까지 온나라가
바른사고와 예의를 지켜
높은 수준의 도덕사회를 이루었다.
먼 훗날 왕비가 돌아가시자
왕과 백성들은 엉엉 울었다고 합니다.
전직 대통령들이 감옥에 있는
우리 이 시대에 느낌이 많은 글 입니다.
♡ 알뜰 고전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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