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 고전사

죽음으로도 못 가른 사랑

청정지역 2022. 2. 17. 17:47
 

 

묏버들가(歌)
-홍랑-


묏버들 가려 꺾어 보내노라 님의 손에
자시는 창밖에 심어두고 보소서
밤비에 새잎 곧 나거든 나인가도 여기소서
- 오씨장전사본(吳氏藏傳寫本)


죽음으로도 못 가른 사랑


고죽 최경창(1539~1583)이 북평사로 제수되어

함경도 경성으로 가다가 자신의 시를 읊는 관기 홍랑을 만난다.

 

둘은 꿈같은 시간을 보냈으나 최경창의 관직이 바뀌어

한양으로 떠나게 되자 홍랑은 함경도 주민이 넘을 수 없는

쌍성까지 따라와 작별을 하고 돌아갔다.

 

최경창이 병석에 누웠다는 말을 듣자

즉일로 떠나 걸어 7주야 만에 한양까지 와 극진히 간호하나

 

국상 중에 함경도 기생과 살림을 차렸다고 조정에 알려져

최경창은 파직되고 홍랑은 홍원으로 돌아갔다.

헤어지며 고죽이 홍랑에게 준 시 한 편,

相看脈脈贈幽蘭(상간맥맥증유란)

서로를 애처로이 바라보다 난을 준다

 

此去天涯幾日還(차거천애기일환)

이제 가면 하늘 끝 언제 또 오나


莫唱咸關舊時曲(막창함관구시곡)

옛 함관령 그 노래 부르지 마오


至今雲雨暗靑山(지금운우암청산)

지금은 비구름 속 어두운 청산


-贈洪娘詩(증홍랑시) 홍랑에게 주는 시

최경창이 45세를 일기로 사망하자 홍랑은 스스로 용모를 훼손하고

3년간 시묘살이 뒤 묘소 근처에서 지냈다.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최경창의 글들을 짊어지고 피란길을 전전하다가,

전후 그의 글을 해주 최씨가에 전하고 최경창의 무덤 앞에서 숨지니

조선 중기 최대의 로맨스였다.

유자효(시인)

'명인 · 고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호박이 넝쿨 째 들어왔다.  (0) 2022.02.22
수탉이 낳은 알  (0) 2022.02.17
뽕녀는 내조의 여왕이었다.  (0) 2022.02.16
난득호도(難得糊塗)  (0) 2022.02.15
이것만은 잊지 말아 주십시오.!  (0) 2022.0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