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 고전사

호박이 넝쿨 째 들어왔다.

청정지역 2022. 2. 22. 17:37

 

 

호박이 넝쿨 째 들어왔다.

 

고려 충렬왕 때 원나라의 강압으로, 금혼령이 내려지고,

13-25세 대유녀(大乳女)와 대둔녀(大臀女)를 공녀(貢女)하라는 조서가 내려왔다.

 

인간을 개돼지보다 못한 노리개 감으로 조공(租貢) 품목에 포함시킨 것이다.

 

화냥년(還鄕女)

 

험한 오랑캐의 노리개가 되어 온갖 수모를 당하면서 눈물로 지내다가 구사일생으로 사지를 탈출했다.

 

몇 달에 걸쳐 산 넘고 강 건너 멀고 먼 고향에 찾아왔으나,

부모에게 더럽혀진 육신을 보일 수 없어. 지척에 집을 두고도 가지를 못했다.

 

그래서 정절이 목숨보다 더한 당시 인습에 억매여 저수지에 몸을 던졌다.

 

연분홍 봄바람이 돌아드는 북간도

아름다운 찔레꽃이 피었습니다.

 

꾀꼬리는 산천에서 슬피 울고

호랑나비 춤을 춘다. 그리운 고향아

 

달뜨는 저녁이면 노래하던 동창생

천리객창 북두성이 서럽습니다.

 

처자들은 막상 갈 곳이 없었다. 그러니 조정에서는 궁여지책으로

 

홍제천에서 몸을 씻으면 한양에 들어올 수 있다,

과거의 일은 불문에 부치고, 새로운 몸으로 환생하는 것을 짐이 보장한다.

 

홍제천은 서대문구 홍제동에 있다.

 

일단 버린 몸, 되돌릴 수는 없는 일,

처자들은 도성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홍제천가에서 움막을 치고 살았다.

 

소문을 듣고 행여나 하고 찾아온 머슴살이 총각들은 그녀들을 보고 환호성을 질렀다.

 

홀아비로 살아야할 입장인데,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 것이다.

그래서 처자들을 대리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호박은 기는 성질이 있고,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란다.

그래서 처자들은 언덕이 많고, 변변한 평야가 없는 이곳에서 호박을 심었다.

 

호박은 제갈공명이 칠종칠금(七縱七擒) 놓아주었던 남만(南蠻) 땅에서 들여온 구황작물이다.

오랑캐의 박이라고 해서 남과(南瓜)라고 한다.

 

호박은 할머니 얼굴처럼 주름이 많고 다소 우직하지만 ‘뒤로 호박씨 까는’ 수수한 매력이 있다.

 

영국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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