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 과 응 보.
높은 산 중턱에 있는 암자에는
오늘도 수행스님들이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었다.
“일년농사 망치지 않으려면
부지런히 일해야 하느니라“
큰스님의 말씀에
씨를 뿌리고 가꾸는 행자스님들의
손놀림은 쉼없이 계속된다.
“한해 농사 망치지 않으려면
밤엔 불침번을 서야 할 것이야“
“큰스님은
항상 저 말씀 뿐이셔''
배고파 먹을 것을 찾아
내려오는 산짐승 때문에 인근
농가에서도 애써 가꿔놓은
농사를 망치는 일들이 많아
조심하라는 큰스님 말씀을
귀 등으로 들은 채
스님들은 구름에 달 가듯
허송 세월을 보내고 있었는데
덜컥 겨울이 찾아왔다.
“큰스님...큰일 났습니다
여기 좀 나와 보시와요“
“무슨 일인데
그리 호들갑이냐“
멧돼지들이 배추밭을
밤새 쑥대밭으로 만들어 버린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큰스님.
“지게를 가지고
이리들 오너라”
큰 스님은 한 행자스님 에게
지게를 짊어지게 한뒤 다른 스님들에겐
그 지게 위에 장작들을 올리게 했다.
“너무 무거워요
그만 올려요...“
버티지 못하고 끙끙거리는
행자스님의 지게위에 큰스님이
손에 들었던 마지막 장작을 올린다.
“와르르...“
앞으로
꼬꾸라지는 스님의 머리 위로
장장 더미들이 우르르 쏟아진다.
“큰스님...안 그래도
무거워 못 견딜 지경인데 장작을
또 올리시면 어떡해요“
“지게위의 장작더미가
무너진 건 마지막 내 장작의
무게 때문만이 아닌게야.
그 장작 밑에 놓여있는
더 많은 장작들 때문이라는 걸
정녕 모르겠느냐.?
인과응보인게야“
어젯밤 나타난
그 멧돼지만을 원망하는 행자
스님들에게 그 동안 불침번을
소홀히 한 날들이 가져온 결과.
즉 인과응보를 일깨워 준 큰 스님.
"눈앞의 현상에만
관심이 가 있고 그 기본적인 원인을
찾아 보려고 하지 않는
그 자세부터 고처야 할 것이야“
홀연히 멀어지는
큰스님의 승복뒷자락에 행자 스님들의
큰절하는 모습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 새벽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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