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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게 친구 살아 있는게 무언가
살아 있는게 무언가?
숨 한 번 들여 마시고 마신 숨 다시 뱉어 내고
가졌다 버렸다, 버렸다 가졌다
그게 바로 살아 있다는 증표 아니던가?
그러다 어느 한 순간 들여마신 숨 내뱉지 못하면
그게 바로 죽는 것이지
어느 누가
그 값을 내라고도 하지 않는 공기 한 모금도
가졌던 것 버릴줄 모르면
그게 곧 저승 가는 것인줄 뻔히 알면서
어찌 그렇게
이것도 내것 저것도 내것
모두 다 내것인양 움켜 쥐려고만 하시는가?
아무리 많이 가졌어도
저승길 가는 데는 티끌 하나도 못 가지고 가는 법이리니
쓸만큼 쓰고 남은 것은 버릴 줄도 아시게나
자네가 움켜 쥔게 웬만큼 되거들랑
자네보다 더 아쉬운 사람에게 자네 것좀 나눠주고
그들의 마음 밭에 자네 추억 씨앗 뿌려
사람 사람 마음속에 향기로운 꽃 피우면
천국이 따로 없네 극락이 따로 없다네
생(生)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일어 남이요
죽음(死)이란 한 조각 뜬 구름이 스러짐이라
뜬 구름 자체가 본래 실체가 없는 것이니
나고, 죽고, 오고, 감이 역시 그와 같다네
천 가지 계획과 만 가지 생각이
불타는 화로 위의 한 점 눈(雪)이로다
논갈이 소가 물위로 걸어가니 대지와 허공이 갈라 지는구나
삶이란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남이오
죽음이란 한 조각 구름이 스러짐이다
구름은 본시 실체가 없는 것
죽고, 살고, 오고, 감이 모두 그와 같도다
- 서산대사(휴정 1520~16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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