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 고전사

유유상종(類類相從)

청정지역 2015. 8. 5. 08:16

 

 



      곤충들에게는 하나의 세계가 있다. 그 세계에는 국가와 조정이 있으며, 계층간의 격차가 있다. 곤충 황제는 일찍이 변소 구더기에게 정치를 맡겼다. 그러자 오래지 않아 국권이 상실되고 국세는 실추되었다. "아, 이 나라의 장래가 심히 염려스럽구나!" 곤충 황제는 몹시 걱정한 끝에 널리 현자를 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런데 구한다고 구한 현자들은 모두 변소 구더기들이었다. "유유상종이라더니, 바로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로구나. 변소 구더기가 정치를 맡고 있으니 그들이 끌어들인 것들도, 변소 구더기일 수 밖에......," 곤충 황제는 친히 현자를 찾다가 좀벌레들이 책더미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 아, 저들이라면......," 즉시 구더기들을 몰아내고 좀벌레들을 요직에 앉혔다. 새롭게 물갈이는 되었지만, 국가가 부패하고 나약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곤충 황제는 탄식했다. "나는 좀벌레들이 책더미 속에서 나오길래 학식과 지혜가 가득하리라고 여겼다. 그런데 막상 정사를 맡겨 보니 결국 똥 먹는 변소 구더기와 마찬가지로구나!" <중국 청나라 문인 오견인의 우언집 "초피화">

      이 우화는 두가지 우의를 담고 있다. 하나는 "유유상종(類類相從)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식층의 부정 부패를 풍자하고 있다. 사람은 같은 부류의 사람끼리 모이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이유는 아주 단순한데 그것이 자기의 격에 맞아 편하기 때문이다. 고결한 인격의 소유자가 천박한 무리들과 어울리게 되면 마음이 편치 않고, 천박한 사람이 고결한 사람 속에 끼게 되면 재미가 없어 좀이 쑤시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사람을 알려면 그 친구를 보라는 말은 다름이 아니다. 사람은 끼리끼리 모이는 속성이 있기 때문에 서로 공통점이 많다는 이유에서이다. 따라서 친구가 훌륭하면 그에게도 훌륭한 구석이 적지 않고, 친구가 사악하다면 그에게도 역시 사악한 구석이 적지 않다고 믿어도 무방하다. 우리는 정치판을 보면 끼리끼리 모인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개개인의 면면을 놓고 보면 꽤 훌륭한 것 같은데, 뭉치기만 하면 이내 [초록은 동색]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각계 각층의 저명 인사들이 큰 감투를 쓰고 국정에 참여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들의 식견과 경륜이면 세상이 곧 좋아질 것 같았는데, 결과를 보면 별로 신통하지 못하다. 우화의 비유처럼 막상 정사를 맡겨보니 결국 똥 먹는 변소 구더기와 마찬가지 였던 것이다.


      < 유유상종 이야기> 많은 당나귀를 키우는 어느 농부가 당나귀 한 마리를 더 사기 위해 시장에 갔습니다. 그는 여러 마라의 당나귀 중에서 한 마리를 고른 후에 상인에게 말했습니다. "여보시오. 내가 이 당나귀를 집에 데려가서 부지런한지 게으른지 알아본 후에 게으른 녀석이면 바꿔 가도 되겠소?" "그렇게 하시지요." 상인의 허락을 받은 농부는 자기 집으로 당나귀를 끌고 와서 외양간에 넣었습니다. 그러자 새로 온 당나귀는 이리저리 당나귀들 사이를 거닐다가 그 중 제일 게으른 당나귀 곁으로 다가갔습니다. 잠시 후 두 당나귀는 친해져서 사이좋게 먹이를 먹게 되었지요. 이 모습을 본 농부는 그 당나귀를 다시 상인에게 끌고 갔습니다. "이 당나귀는 게을러서 내게 벼 도움이 안 될 것 같으니 다른 당나귀를 보여 주시오" 그러자 당나귀 주인이 이상하다는 듯이 물었지요. "아니 끌고 간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이 당나귀가 게으른지 부지런한지를 안단 말이요?" 농부는 웃으면서 대답했습니다. "아, 그 당나귀를 보고 안 것이 아니라 그 당나귀의 친구를 보고 알았지요"

      '유유상종(類類相從)'이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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