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 · 좋은글

아라 홍련을 찾아서

청정지역 2015. 8. 14.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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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라 홍련을 찾아서

 

                      글/조선영

                      

정자에 앉아 연못을 바라보는 일이

대작의 벼슬과 바꾸지 않았던

오래된 연당이 있는

선비의 정원 남도 아라가야에 가면

성산산성 토층 진공의 진흙더미

고려 청자빛 연못을 열며 

연씨, 그 하늘 바라기하던

새순 같은 칠백년의 세월이

하루 아침처럼 살아있었다

연씨들이 긴 꿈에서 깨어나

신비한 생명으로 발아하는 고려의 숨결

시원하게 밀어 올린 꽃대의 공중부양

천년의 개화, 꽃눈 뜨는 환생은

마침내 연분홍빛 아미가 수줍게 열리고

꽃다운 십육세 어린 나이에

원나라로 끌려갔던

슬픈 고려의 조공 공녀들이

아라 홍연이 되어 돌아왔는가

기황우의 아릿따운 자태인가

아~붉은 혼불 고려의 넋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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