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 고전사

書淫[서음]...이라

청정지역 2015. 5. 19. 08:58

 

 

 

書淫[서음]...이라. 


 독서의 계절은 가을의 별칭입니다.

이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 가을에만

책을 읽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독서는 사시사철 어느 때에 하더라도 좋습니다.
특히 여름철에 휴가를 가거나 집에 혼자 있을 때

 책 읽기에 좋은 시간입니다.

 

혼란한 후한 말에서 혼란이 수습된 서진까지

활동한 황보밀皇甫謐(215~282)은 침구학의 대가이고

<고사전高士傳>, <열녀전烈女傳> 등 수많은 책의 편집자였습니다.
이 사실에만 주목하면 황보밀은

선천적으로 책을 좋아한 사람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20대까지만 해도 그는 책과 담을 쌓고 지냈고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불구하고

말썽을 부린 문제아였습니다.
황보밀은 명문가 출신이었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대에 이르러 가세가 기울었습니다.

 

 일찍이 생모를 여의자 황보밀은

숙부의 양자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가정 형편은 황보밀을 더욱 삐딱하게

만들었는지 모릅니다.

이렇게 삐딱하게 생활하던

황보밀이었지만 숙모에게만 잘 했습니다.

 

황보밀은 어느 날 과일을 구하게 되었는데,

자신이 먹지 않고 숙모에게 드렸습니다.
과일을 받아든 숙모는 황보밀에게

평소 마음에 담아두었던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금년여이십汝今年餘二十, 목불존교目不存敎,

심불입도心不入道, 하이위아何以慰我?”
“너는 올해에 스무 살이 된다.

그런데도 눈에 배움을 담지 않고 마음에 도를 들이지 않으니,

무엇으로 나를 기쁘게 하겠느냐?”(<진서晉書 황보밀전>)
황보밀로서는 충격이었습니다.

 

그는 숙모에게 효도를 한다면 과일을 드렸는데,

숙모는 과일을 거들떠보지 않고 아무런 생각이 살아온

자신을 통렬하게 나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때 황보밀은 자신을 돌이켜보고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리하여 비슷한 시기에 책을 가장 많이 읽고

 가장 많이 쓴 사람이 되었습니다.

이렇게 변한 자신을 두고 책에 푹 빠졌다는 뜻의 ]

‘서음書淫’이라 불렀습니다.
황보밀의 변화를 본받아

우리 주변에 ‘서음’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좋겠습니다.

 

첨부파일 서음(書淫).mp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