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인 · 고전사

(야담) 부엉이골 총각사녕꾼

청정지역 2015. 8. 13. 14:22

 

 

 

 

 

 

한 젊은이가 병을 앓고 있었는데, 그 형은 이름난 의사이건만
한번 와서 들여다보고 땅이 꺼져라 한숨만 푹푹 쉬다 갔을 뿐,
이렇다 할 말이 없었다.
부인은 안달이 났다. “아주버님! 아비 병이 심상치 않습니다.
약 좀 주십쇼.” 대답을 않자 며칠 뒤 찾아가서는 “다른 곳에
가 사서 쓰겠으니 약방문이라도 내주십시오.” 그래도 대답을
않자 다음날은, “정당한 값을 드릴 테니 약을 파십시오.”
그날 저녁 때 남편의 기운이 아주 기울어지는 것을 보고
찾아가서는 화를 내며 말했다.
“그놈의 의술인지 발금쟁인지 배워 가지고, 동생이 죽어가는데
약도 안 일러주고, 팔라고 해도 안팔고….
이댁 가문 인심은 이런 거요?”형은 어이없어하며 사방을 둘러보더니,
“모르겠소. 장끼나 구해다 먹여보시우.”
“그까짓 거 한마디 일러주기가 그렇게 힘들단 말이오?”한마디
쏘아붙이고 휭 하니 집으로 돌아와보니 남편은 오늘 밤 넘기기가
난망하고 밖엔 벌써 어둠살이 내렸는데 어디 가서 장끼를
잡아온단 말인가.그때, 장날마다 사냥감을 메고 나오는
떠꺼머리 총각 사냥꾼이 떠올랐다.

서둘러 초롱불을 들고 재 넘고 개울 건너 부엉이골로 종종걸음을 했다.
산골짜기에 혼자 사는 총각 사냥꾼의 너와집에서 불빛이 새나온다.
아뿔싸, 너무 급한 걸음에 잔설을 밟고 미끄러지며 발을 삐어
주저앉고 말았다. “사람 살려주시오.” 부인은 사냥꾼 집을 향해 소리쳤다.
노총각 사냥꾼이 내려와 부인을 들쳐 업었다.

 

부인의 육덕이 푸짐해서 엉덩이를 두손으로받쳐 든 총각 사냥꾼은

그만 양물이 불뚝 솟구쳤다.

총각의 목덜미를 깍지끼고 바위 같은 등에 업힌 부인은

남자 냄새를 맡은 지 얼마이던가.
방문을 열고 들어올 땐 둘 다 불덩어리가 돼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치마를 올리고 바지를 내리고 엉켜서 뒹굴었다.

땀이 범벅이 돼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고 옷매무새를 고친 부인은

자초지종을 얘기할 겨를도 없이 “장끼 한마리만 주시오”라고 말했다.
총각이 잡아놓은 장끼 세마리를 모두 주자 부인은 발을 절며
골짜기를 내려갔다. 부랴부랴 장끼를 고아 사발에 퍼서 방으로
들어가자 맛도 보기 전에 벌써 남편은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부인이 떠먹여주자 나중엔 제 손으로 퍼먹었다.
이튿날, 언제 아팠냐는 듯 남편은 거뜬하게 일어났다.

오후에 슬픈 소문이 돌았다.
부엉이골 총각 사냥꾼이 밤 사이 상처 하나 없이 죽었다는 것이다.


형이 보니 동생이 죽을 운수보다도 계수가 과부살이 꼈던 것이라,
호적에 오른 것만이 남편인가?
남편 노릇 한 놈이 죽으면 과부인 것이지,
그래서 계교를 쓴 것이었다.

총각은 애매하게 대수대명(代數代命)에 간 것이다.
그러기에 오랜 병으로 앓는 사람의 계집은 넘보는 것이 아니라고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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